산업 산업일반

“증거인멸 우려” “경제공로 인정”…정몽구회장 영장심사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28 14:44

수정 2014.11.06 06:45



법원이 결국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둘러싸고 28일 검찰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결정에 변호인단은 수사기관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본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정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내용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10시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이례적으로 낮 12시20분쯤 식사를 위해 중단한 후 오후 2시부터 재개해 3시30분까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이종석 영장전담판사의 심리하에 진행된 정회장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은 "정회장의 혐의가 중하고 관련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정회장의 지시에 따라 계열사들이 모두 1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 본사 460여억원 ▲글로비스, 현대모비스, 기아차, 위아, 현대캐피탈 등 5개 계열사 680여억원 ▲해외거래처를 통한 위장거래로 230여억원(미화 1800만달러 포함)이 조성됐다.

검찰은 또 현대우주항공㈜의 금융기관 채무 3000억원이 외환위기 이후 악성채무가 되자 이중 1700억원을 연대보증했던 정회장이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고려산업개발 등 우량 계열사에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해 자신의 채무를 해결하는 등 3900억원의 배임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정회장은 영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에 대해 "큰 것만 관리하기 때문에 세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일부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보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정회장은 "현대차는 매출이 100조원에 이르는데 그런 회사에서 그런 금액(비자금) 정도는 밑에 사람들이 처리한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비자금에 대한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검찰측이) 결과적으로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나온 거라고 하지만…대선자금에 쓴 것 말고도 회사 경영을 위해…"라며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일부 시인했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기간에 비자금 200여억원을 집중 지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을 통해 "이미 과거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때 수사가 다 된 사항"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빚을 갚기 위해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등 계열사들이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강요, 결과적으로 3000여억원을 떠넘긴 혐의에 대해서도 정회장은 "당시 정부의 '빅딜 정책'에 따라 대기업들이 채무를 해소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유상증자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정회장은 이어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해야 할지, 부채비율은 얼마로 조정해야 할지 등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 실무자들이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정회장을 변론한 김재진 변호사는 "정회장은 평소에 뵙기에도 치밀하게 돈 관리를 할 성품이 아니다"며 "(비자금 조성 등은) 정회장이 잘 모르고 임원들이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에서 변호인측은 약 30분에 걸쳐 정회장의 치적과 현대차그룹의 세계적인 위상을 역설하고 정회장이 구속될 경우 회사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장과 법무법인 태평양측은 정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이 몰고 올 현대차의 경영위기를 집중 부각했다. 정회장이 도주 우려가 전혀 없으며 검찰이 내부 제보에 따라 현대차 본사와 계열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여 모든 증거자료를 확보한 상황에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도 변호인단의 주된 불구속수사의 논거로 제시됐다.

변호인측은 또 정회장이 고령인 데다 국가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논리로 재판부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또 정회장이 뇌출혈로 쓰러져 진 뒤 받았던 진료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구속이 이뤄질 경우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회장은 불면증과 고혈압 등으로 투약중이며 이날 심사에서도 주치의가 대기하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정회장의 변호인단은 청주지법원장 출신 김재진 변호사와 수원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덕진 변호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박순성 변호사, 대검 중수부 검사출신 이병석 변호사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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