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솔직한性 당당한性-헤르페스 감염]성기 물집·가려움증 의심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01 14:44

수정 2014.11.06 06:43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날짜를 잡은 대기업 사원 김모 양. 그녀는 얼마 전부터 아랫도리에 물집이 생겨 너무 아픈 나머지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로부터 ‘성기 헤르페스에 감염됐다’는 청천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성병에 관해 무지했던 그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성병에 감염됐다는 사실과 이것이 남자친구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화가 났지만 남자친구에겐 말도 못하고 혼자서 병원을 찾은 김모 양. 그러한 그녀를 더욱 열 받게 만든 것은 헤르페스라는 병 자체가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헤르페스는 구강 헤르페스와 성기 헤르페스 두 가지로 나뉜다. 성관계와 오럴 섹스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 성기 헤르페스는 콘돔을 사용해도 60% 정도 밖에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콘돔을 썼다 하더라도 안심할 일이 아니다.


헤르페스가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는 감염됐다 해도 20% 정도의 보균자에게서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남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임산부의 경우 아이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이 있다. 신생아가 헤르페스에 감염되면 보통 2∼3주 후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신생아 헤르페스가 걱정된다면 제왕절개수술로 분만해야 한다. 그러면 분만 시 성기 헤르페스에 걸린 산모의 질 분비물에 의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성기 헤르페스에 걸려도 몇 달이나 몇 년 뒤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아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80% 가량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성기에 물집이 생기고 딱지가 앉는다든가, 성기나 항문 주위가 가렵고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두통이나 미열 등의 몸살 기운이 있으며, 소변을 볼 때 요도가 쓰리거나 아플 경우 헤르페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러한 증상은 약 2주가 지나면 없어지지만 한 달씩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안타깝게도 헤르페스를 완전박멸하는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치료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증상을 확실히 완화시켜 줄 수는 있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를 하루에 한번씩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다른 모든 성병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헤르페스는 예방이 중요하다. 콘돔으로도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평소 부적절한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헤르페스 증상이 나타나면 절대 구강 혹은 삽입 성교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배우자에게 감염 사실을 알려 전염을 막는 것이 최선의 도리다.

/김정민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kim@wowuno.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