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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판교,“로또 됐다”박장대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04 14:45

수정 2014.11.06 06:26



화창한 초여름 날씨 속에 경기 성남 판교 모델하우스가 4일 일제히 문을 열고 9400여 당첨자들에게 속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업체들은 오후에 정식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당첨자들의 요구로 일부 업체들은 오전 10시부터 개장하고 당첨자들을 맞았다. 하지만 당첨자들만 입장이 가능해 실내는 크게 붐비지 않았다. 오후 2시까지 모델하우스별로 20∼1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업체측은 추산했다.

최고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내집 마련에 성공한 당첨자들은 가족 단위로 나와 기쁨을 만끽하며 여유있게 유닛을 살펴봤다.

반면 직접 당첨 여부를 확인하러 왔던 일부 낙첨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영 분양은 계약금이 8000만원에 달해 자금 마련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당첨·낙첨자 희비 엇갈려

분당선 오리역 인근에서 개장한 풍성주택·한림건설 공동 모델하우스에는 오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모델하우스 입구에서 당첨 여부를 재차 확인한 ‘행운아’들은 박수를 치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한림 33평형형 B타입에 남편 통장으로 당첨된 박정욱씨(30)는 “성남 금곡동에서 2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처음 내집 장만에 성공했다. 얼른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이 다운된 데다 신문도 구하지 못해 당첨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청약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다 ‘낙첨’이 밝혀지면서 한숨을 내쉬곤 했다.

경기 용인 구성에서 온 이영자씨(59)는 “인터넷도 안되고 신문도 구하지 못해 직접 확인하러 왔다”며 “남편, 아들까지 가족 3명이 넣었는데 다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일부 낙첨자들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주공 모델하우스 앞에서 명단을 살피던 이모씨(61)는 “성남에서 30년을 살면서 5년 동안 매달 10만원씩 청약저축울 부었다”며 “어떻게 나같은 조건이 떨어질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계약금 걱정에 기쁨도 잠시

유닛을 둘러본 많은 청약자들은 마감재나 인테리어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대출 상담 창구에 앉은 당첨자들은 금세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특히 주택 강제수용 등으로 특별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16일까지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풍성 33평형 A타입에 당첨된 이모씨(35)는 “성남 태평동 공원로 확장공사로 집이 수용됐는데 아직 감정평가도 안돼 계약일까지 보상금이 안나올 것 같다”며 “성남시에서 분양권만 주고 알아서 돈을 마련해 들어가라는 식”이라며 불만스러워 했다. 그는 이어 “동네 대책위원회에 나온 주민 중 절반은 보상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청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영 민간임대 32평형에 특별공급분을 받은 이성태씨(62)는 “3억원에 가까운 보증금에 월 60만원 임대료를 물고 10년 후엔 시세와 비슷한 추가부담까지 진다니 허탈하다”며 “1순위 자격만 유지시켜주면 계약을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부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계약금 100% 대출’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제3금융권 상담원들이 눈에 띄었다.
삼화저축은행 직원은 “수수료 포함해 연 11%로 금리가 다소 높지만 몇시간 만에 당첨자 30여명이 다녀가는 등 관심이 높다”며 “판교 전체 계약금이 4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10%를 시장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당초 우려와 달리 불법전매를 종용하는 이동중개업소(일명 떴다방)는 없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당첨자가 몰릴 주말을 기해 떴다방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 steel@fnnews.com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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