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7월의 장마철속에 충남 공주 금성동의 한 구릉에선 천년여의 세월속에 고이 묻혀 있던 찬란한 백제의 한 왕릉이 인근 고분의 배수로 공사 도중에 우연히 발견된다. 아치형의 입구와 벽돌로 내부를 쌓은 이 왕릉에선 불꽃 모양의 황금 왕관 장식부터 108종 2900여점의 수많은 유물들이 대거 처녀발굴돼 세계 역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도인이라면 한번쯤 도를 닦으러 온다는 민족의 영산(靈山)인 계룡산과 백마강 상류 강줄기가 인접한 공주에서 발견된 왕릉의 주인은 바로 백제 25대왕인 무령왕(武寧王·재위 501∼523)이었다.
무령왕릉이 1448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뒤 한·일 역사학계는 그의 능에서 발견된 유물들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고민속에 빠진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유물들중에는 일본의 고대 고분에서 출토된 것들과 비슷한 형태가 많았던 것.
세월은 하념 없이 흘러서 지난 2001년 말, 아키히토 일본 왕은 한·일 월드컵 개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무령왕에 대한 중대한 발언을 한다.
그는 “옛 칸무(桓武·재위 781∼806)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직계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언급, 다시 한번 무령왕릉은 세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는 일본 왕실의 핏줄에 백제인(한국인)의 유전자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일본 천황이 처음 암시한 것이어서 그 파급효과가 대단했다.
그 뒤 한국과 일본의 비주류 역사학계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대 백제제국과 일본 왕실의 관계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과연 세상 밖으로 나온지 불과 35년밖에 되지 않은 무령왕릉이 한·일간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증에 잠 못 이루겠다면 지금 당장 백제 대제국의 영화(榮華)가 남겨진 공주로 떠나보자. 무녕왕릉에 담긴 수수께끼를 찾아서 떠나는 공주로의 여행은 소설 ‘다빈치코드’와 같은 흥미로운 역사유적 탐구여행이 될 것이다.
일단 무령왕릉과 관련한 역사 탐험을 위해선 왕릉 인근에 건립된 국립공주박물관을 먼저 둘러봐야 한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수많은 출토품을 전시하기 위해 건립된 국립공주박물관에선 백제의 옛 터전에서 출토된 유물 1만여점이 함께 전시중이다. 국보로 지정된 유물만 해도 계유명삼존천불비상과 금제관식 등 국보 19점, 보물 4점이 함께 보관돼 있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보고난 뒤 무령왕릉과 여러 이름 모를 왕릉들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송산리 고분군 언덕을 거닐며 공주 지역 역사해설사들이 들려주는 무령왕릉에 얽힌 사연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왕릉이 있었다면 분명 왕궁터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멸망한 백제의 궁터는 그 흔적만 가늠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무령왕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웅진성은 백제의 궁터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2660m에 이르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웅진성의 바로 아래에선 은빛 물결을 치며 고요히 흐르는 금강이 접해 있다.
금강은 백제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이곳을 흘러갔음을 묵묵히 대변하고 있다. 또 성 안에는 백제 동성왕이 왕궁 동쪽에 건축해 신하들의 연회장소로 사용했다는 ‘임류각’ 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곳이 분명 옛 백제의 궁터였음을 암시한다.
백제 왕궁터 탐방을 마쳤다면 백제인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계룡산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계룡산에 들어서면 삼국시대부터 이미 일본에 ‘한류’를 전수한 백제제국의 기상이 이곳에서 발원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다지 높진 않지만 산세에서 느껴지는 심오함 때문에 계룡산 산자락에서 눈을 쉽게 떼지 못할 것이다. 5월 눈부신 연초록의 물결을 이루는 계룡산 산자락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작은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특히 동학사에서 바라본 계룡산 산줄기는 마치 거대한 푸른 용들이 절을 둘러싸고 드러누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동학사에는 고려 때 절의를 지킨 정몽주·이색·길재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삼은각’과 사육신의 제사를 지내는 ‘숙모전’이 자리 잡고 있다. 사라진 백제의 옛 도읍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 후세 충신들의 사당들은 왠지 숙연함마저 전해준다.
역사는 돌고 도는지 멀리 일본까지 세력을 넓혔던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는 이제 신행정수도의 일부로 편입돼 1400여년만에 다시 한 나라의 중심지가 되려하고 있다. 공주로 떠나는 백제 역사여행은 역사의 굴곡에 서 있는 공주에 대한 색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이다.
■여행가이드
문화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참 좋은 여행5선’에 꼽힌 ‘무령왕릉이 들려주는 백제의 역사이야기’는 대백제의 역사를 직접 체험해보는 역사 탐방여행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공주대학교 관광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미래의 여행해설사들인 ‘밝달’과 함께 하는 역사 문화 탐방을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백제를 테마로 한 역사신문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무령왕릉의 관 속에 직접 들어가 보는 임종체험과 ‘과거로부터의 편지쓰기’ 등을 통해 자기성찰의 기회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백제의 화려한 도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계룡산 도자체험, 백제문양 탁본 체험, 무령왕 퀴즈 이벤트 등은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혜초여행개발㈜(www.hyecho.com)에서 백제 테마여행을 진행하며 가격은 단체성인 85000원, 단체청소년 75000원. (02)733-3900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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