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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특별기획 어머니는 힘이 세다]“운동만 하는 아이 안되게 하려고 훈련 중에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17 14:53

수정 2014.11.06 05:48



■‘반쪽 아이’로 만들지 말자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란 참 쉽지 않다. 현실은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변천사의 어머니 강명자씨(67)는 달랐다. 결혼 22년 만에 낳은 외동딸은 그에게는 삶의 보람 그 자체였다. 아버지 변성구씨(66)도 냇가의 수많은 모래 중 단연 돋보이라는 뜻에서 ‘천사(川砂)’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런 딸을 스케이트만 잘 타는 ‘반쪽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학교 숙제는 반드시 하도록 했어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주로 이동 중에 자동차 안에서 했죠. 처음에는 포니를 타고 다녔는데 나중에는 애 아빠가 ‘숙제를 하려면 편안한 차를 타야 된다’며 볼보로 바꿔주기도 했어요.”

얼마 전 타계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도 어린 시절 우즈가 숙제를 하지 않으면 골프를 치지 못하게 했다. ‘1000만달러 소녀’ 미셸 위도 비행기나 자동차 안에서 밀린 공부를 하곤 한다.

강씨는 또 변천사에게 스케이트 외에 바둑, 피아노, 수영, 태권도, 웅변 등 안 가르친 게 없다. 이런 노력의 결과, 천사는 학창시절 운동과 학교성적 뿐만 아니라 글짓기, 음악, 미술 등 모든 면에서 우등생이었다. 두뇌 플레이가 뛰어난 이유 중 하나다.

■아이와 통(通)하라

강명자씨는 젊은 시절 윈드서핑과 승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운동을 섭렵했다. 특히 수영과 롤러스케이트는 수준급이어서 각종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딸에게 스케이트를 시키면서 강씨도 같이 했다. 매일 오전 10시면 어김 없이 모녀가 롯데월드 아이스링크를 찾았다.

“같은 선생님한테 레슨을 받았아요. 어린 딸에게 모범을 보여야 되니까 더 열심히 탔죠. 덕분에 스케이트 지도자 자격증도 땄고 천사가 뭘 힘들어 하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금방 알지요.”

강씨의 집에는 모녀가 함께 쓴 일기가 보물처럼 모셔져 있다. 변천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모녀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딸은 엄마에게, 엄마는 딸에게 그날 그날 일어난 일이나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

“천사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일본에 스케이트 시범을 하기 위해 갔을 때도 일기장을 가지고 갔어요. 저도 집에서 엄마가 얼마나 딸을 보고 싶어하는지 글자로 옮겼고요.”

모녀가 글로 나눈 수많은 대화와 빙판을 함께 질주한 추억은 어머니 강씨를 천사의 가장 소중한 친구로 만들었다.

■변천사는 누구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변천사는 파워와 순발력은 물론 상대의 심리를 읽는 두뇌 플레이가 뛰어나다.

5세 때 처음 스케이트와 인연을 맺은 그는 주니어 시절 각종 국내 대회를 휩쓸며 일찌감치 ‘빙속 신데렐라’로 주목 받았다. 지난 2003년 세계 주니어 선수권 500m, 1500m 1위를 비롯해 여자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3000m와 3000m 계주에서 1위를 차지한 그는 이듬해 다시 3000m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 3000m 계주에서는 두 차례나 선두로 치고 나가는 활약을 펼쳐 한국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리라초등학교와 목일중, 신목고를 거쳐 현재 한국체육대학에 재학 중이다.


/ freegolf@fnnews.com 김세영기자

■사진설명=아침 운동을 마친 변천사(왼쪽)가 자신의 '수호천사'인 어머니 강명자씨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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