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경제팀 출범 당시 조세정책 방향을 놓고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인 적이 있다.
당초 경제팀은 “성장이 돼야 분배 제고가 가능하고 분배구조가 바로 잡혀야 제대로 된 성장이 이뤄진다”며 양자 간의 조화를 역설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곧바로 “성장 우선의 조세정책이 분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자 조세정책은 즉각 ‘U턴’했다. 당시 참여연대가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한 결과, 7500억원 세수 감소분 중 5500억원이 상위 0.3%의 대기업에 돌아갔다”며 법인세 인하 움직임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조세정책의 ‘분배’와 ‘성장’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신세계의 1조원 상속세 발표를 계기로 재계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상속세의 폐지·감면론’을 펼치면서 분배 위주의 현 조세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재계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상속세 등에 대한 세제개편 방향을 ‘분배’보다 ‘성장논리’에 무게를 실어줄 것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더 이상 시민단체의 분배논리로 인해 기업이 ‘사지(死地)’로 몰려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성장 논리’에 맞춘 조세정책 시급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데도 한국은 지난 2004년부터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 상속세를 오히려 강화한 데 대해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는 세금의 부과 대상을 명백하게 미리 규정하지 않고 종류나 원천에 관계 없이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모두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러한 점 때문에 과세 대상을 미리 지정한 ‘열거주의’에 비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게 되므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부의 창출을 주도하는 계층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반(反)시장 경제적인 제도”라고 상속세 완전포괄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포괄주의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항목별 포괄주의 수준으로 개정하고 ▲시가차액 30% 이상이거나 차액 규모 1억원 이상의 ‘저가양수·고가양도 차익’에 대한 증여 과세는 소득세로 대체하며 ▲비상장주식 상장, 시세차익에 대한 증여 과세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등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분배논리에 맞춘 조세정책을 펼치다 보니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거꾸로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면서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적 특수성’ 고려해야 한다
신세계의 1조원 상속세 납부 발표 후 국내 주요 그룹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총수 지분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세정책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의 총수 평균지분율은 평균 3%를 밑돌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업들이 최대 69%에 달하는 상속, 종합소득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외국처럼 상속세율을 조정하거나, 극단적으로 임시면제 조치를 하는 방안 등이 거론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무거운 상속세를 주식으로 납부할 경우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보호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계는 대주주가 적은 주식으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제도는 대주주 의결권에 10배 또는 1만배까지의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구글, 시스코, 드림웍스, 에릭슨 등 외국의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미국 S&P 500대 기업의 절반이 이를 도입하고 있고,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에서도 이미 보편화된 제도로 국내에서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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