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공정위장도 인정한 출총제 문제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18 14:54

수정 2014.11.06 05:44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카르텔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권의 필요성과 함께 현행 출자총액제의 문제점을 지적, ‘고쳐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공정거래 정책의 방향 전환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벌 정책 역시 ‘소유·지배 구조보다는 개별 시장기능 작동 여부를 중점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대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출자총액제에 대해 ‘목적과 수단의 정합성, 합목적성 등과 관련해 문제가 많다’면서 ‘문제가 많다보니 수많은 예외가 있어 어디까지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 부분이다. 그 동안 수많이 제기돼 온 출총제의 문제점을 주무부서인 공정위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출총제에 대한 이와같은 부정적 인식은 적어도 문제 해결의 가장 강력한 단초가 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카르텔에 가담한 개인의 처벌 강화와 강제수사권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과 함께 앞으로 공정거래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충분한 잣대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 방향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자세와 기본 인석이 여전히 안일성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르텔 관련 강제수사권이 필요한 근거로 ‘부당 공정행위는 입증이 어렵고 전산화 업무가 되면서 전문 지식이 없으면 조사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주장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기업 업무의 전산화는 이미 시대적 흐름이며 따라서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은 정책당국의 기본 책무다.
그런데도 전문지식이 없어 조사가 어렵다고 해서 강제수사권이 필요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쟁 질서도 법 질서의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공정거래 정책을 집행하려면, 기왕 출총제를 고쳐나가겠다면 자세부터 새로 정립하는 것이 순서다.
재계서 아이디어를 제공하지 않으면 출총제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거나 전문가가 없다고 해서 비록 예외적으로나마 강제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결코 새로운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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