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발생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은 제1야당 대표가 목표였던 만큼 앞으로 열흘 남긴 5·31 지방선거에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박 대표가 예비 대권주자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내년 대통령선거 구도에 얼마나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지지층 결집 가능성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최근 두 차례의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를 맛보면서 결속력이 높아진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사건을 ‘유력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정치테러’라고 한나라당이 규정하고 나선 것은 그런 사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제1야당 대표의 생명을 노린, 매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정치테러”라면서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축소·은폐해서는 안 되며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관계당국의 의혹 없는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주장이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이룬다면 한나라당은 이미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과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권 이외에 제주, 충청 등 각축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도 지지도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
아울러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와 예비 대권후보로서 갖는 상징성도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내 또다른 대권주자인 이명박 시장이 “선거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박 대표를 문병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수세 몰린 열린우리당
지방선거국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을 예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21일 유세지원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회의를 소집해 “어떤 경우에도 야만적인 폭력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 “박 대표가 받았을 충격과 마음의 상처에 대해 위로를 보낸다”고 신속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정 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검·경 합동수사를 즉각 받아들여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해 조기 진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당은 정책선거 실현을 위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처음 도입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책선거 분위기를 이끌려던 터에 생긴 뜻밖의 복병 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선거는 다 끝났다”는 자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당은 이번 사건 때문에 남은 선거기간뿐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정치테러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사건현장에서 붙잡힌 박모씨(52)가 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2004년부터 우리당에 매달 2000원씩 후원금을 냈다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더욱 긴장하고 있다.
우리당은 즉각 박씨가 서울시당 소속 기간당원으로 확인됐다면서 출당시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박씨가 우리당 당원임이 밝혀진 이상 이번 사건이 ‘정치테러’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는 또 남은 선거기간은 물론 이후에도 우리당을 괴롭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나라당의 대전지역 후보 67명은 이 사건의 배후와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힘으로써 이번 사건을 벌써부터 쟁점화하고 나섰다.
rock@fnnews.com 최승철 안만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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