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적대적 M&A,毒인가藥인가]장기투자 아닌 단기 이익…머니게임 전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21 15:11

수정 2014.11.06 05:35




소버린, 칼 아이칸 등 외국계 펀드의 '한국기업 사냥'에 이어 최근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공세가 이어지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적대적 M&A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부실기업을 자금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과 M&A 본질보다는 '머니 게임' 위주로 흐를 때 나타나는 역기능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소버린과 칼 아이칸 등 외국계 기업의 M&A 행태는 그야말로 '기업 사냥' 수준에 머물면서 시장 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업들간의 적대적 M&A도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이 문제가 재계의 중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적대적 M&A로 인해 주식시장이 교란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한 자금 차입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적대적 M&A'의 허와 실에 대해 5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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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으로 변질된 적대적 M&A

우리나라는 지난 94년 증권거래법 제200조(주식의 대량 소유의 제한 등)가 폐지되면서 처음으로 적대적 M&A에 대한 관심이 싹텄다.

적대적 M&A가 단기간에 인수한 기업을 다시 팔아 이익을 남기는 머니게임으로 변질되는 등 일부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이 문제는 중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4년 동부그룹이 한농을 인수하기 위해 처음으로 공개 매수를 통한 적대적 M&A에 나섰다. 당시 동부그룹은 한농 주식 8.3%를 사전 매입 뒤 2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면서 기업 인수에 성공했다.

지난 96년에는 신원그룹이 장외에서 20.3%의 신원물산 지분을 매입하면서 역시 적대적 M&A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해에 금복주와 무학소주, 대선주조 등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OB맥주 주식 15%를 확보하기 위해 공동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지방 소주시장을 놓고 지분 싸움을 벌인 것이다.

지난 96년에는 우학그룹이 한화종금을 인수하기 위해 연합세력과 함께 40%의 지분을 확보, 공동 보조를 맞추는 등 적대적 M&A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 기업 간 적대적 M&A는 지난 2003년 KCC의 현대상선 경영권 공세를 기점으로 더욱 뚜렷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당시 KCC는 사모펀드를 앞세워 현대그룹 경영권 장악에 나선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이 또다시 현대상선의 지분을 대량 매집하면서 적대적 M&A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 간 적대적 M&A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아시아 최대 적대적 M&A 국가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적대적 M&A가 많은 나라다. 일본기업의 적대적 M&A 규모는 지난 2005년 약 9조엔, 2006년 약 12조엔, 2007년에는 약 15조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기업이 관여한 올 1·4분기 중 적대적 M&A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317억5600만달러에 달한다. 적대적 M&A 건수도 667건에 달한다.

일본의 적대적 M&A 건수로는 세계 평균(0.4%)과 비슷한 0.3%이지만 금액으로는 세계 평균인 20%를 웃돌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적대적 M&A 바람이 한국으로 불어오고 있다.

이미 한국은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세에 이어 칼 아이칸의 KT&G 기업사냥 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특히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은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전문적인 사냥에 나서면서 재계를 충격 속으로 빠트렸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인수하면서 국내 기업간 적대적 M&A도 주목을 받고 있다.

■10대 그룹, 유보율 확대 주력

이처럼 적대적 M&A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10대 그룹들의 경영권 방어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유보율(자본금 대비 잉여금의 비율)이 593.9%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기업들이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적대적 M&A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적대적 M&A로 경영권 방어 홍역을 치르고 있는 SK는 유보율이 1124%로 지난 2003년 말 대비 158%포인트가 높아졌으며 삼성그룹도 987%로 138%포인트나 상승했다.


한진해운의 업황 호조로 외국인 지분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적대적 M&A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한진그룹의 유보율도 486%로 60%포인트가 늘어났다. 외국인 지분이 56%가 넘어가면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현대차 역시 사내유보율이 435%로 50%포인트가 넘게 올라갔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경영권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투자 대신 경영권 방어 비용으로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적대적 M&A 위협이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