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는 제조업위주로 진행돼온 상생협력의 저변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데 맞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상생협력 정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어서 대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상생협력의 기반이 넓어져 기업과 산업의 발전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폭 넓어진 상생협력 범위
상생협력 범위가 기존의 10대 그룹 중심에서 30대 그룹으로,제조업위주에서 유통 및 서비스업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이날 보고회의의 요지다. 또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에서 2차 협력업체로 확대하는 한편, 1·2차 협력업체간의 공정거래를 강화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인력의 39%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전산업 511만명)의 역량 강화와 중소기업의 보육시설 확충 등 저출산 문제도 포함시켰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화답해 삼성과 LG, 현대차 등 30대 그룹은 이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삼성은 지난해 1683억원을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투입한데 이어 오는 201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더 쏟아부을 계획이다. 3061건의 휴면특허를 중소기업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품질·기술 육성기금으로 500억원을 출연하는 한편, 지원범위도 2차 협력업체로 확대하며그룹 내에 상생협력추진팀을 신설해 더욱 체계적인 지원을 전개할 방침이다.
LG와 SK, KT는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를 시행할 계획이다. 성과공유제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원가절감, 품질향상,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이룩한 성과를 공유하는 상생협력제도.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포스코는 구매대금 전액을 거래영업일 3일 이내에 지급하는 것과 함께 1사 1품목 세계일류제품 확보 사업, 출자사 상생협력위원회의 확대·운영 등을 추진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과를 공유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1차는 비교적 중견기업들지만 중소·영세기업까지 협력관계 이뤄질 있도록 2차·3차 협력업체들까지 상생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상생협력으로 기업경쟁력 강화
정부는 협력업체의 역량을 키워야 대기업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현대차 혼자서는 절대 좋은 차를 만들 수 없으며 이는 협력업체들이 좋은 부품을 공급해준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재료의 자립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반도체·디스플레이가 국내 총수출의 17.6%를 차지함에도 불구, 국내 부가가치는 50% 미만이라는 점에 착안, 대기업과 부품장비업체들이 원천기술 공동개발에 나선다는 복안이다.오는 2007∼2011년 5년간 총사업비 2500억원 중 정부가 175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부품설계와 생산·납품 등 공급사슬 전반에 정보기술(IT)을 적용, 상생협력해 생산성을 혁신할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2008년까지 해마다 400억원(5개 업종)을 지원해 자동차·조선·전자 등 15개 업종별로 적용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정세균 산자부 장관은 "상생협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보다 한단계 위인 '동반성장'의 개념으로,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단순 투자보다는 협력업체와 장기적으로 공동기술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상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업체들의 생산기지가 해외에서 일본 국내로 돌아온 것은 우수한 부품업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고부가가치제품일수록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공동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대통령은 이날 비정규직 문제와 저출산 대책 등 양극화문제 해소차원의 의제를 새로 제시했다. '사람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교육·훈련기회 상실은 국가 전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적자원 중심의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출산·육아 부담을 갖고 있는 여성인력활용에 관심을 가져줄 것도 당부했다. 상생협력이 양극화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되는 만큼 대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이들 과제를 바라봐 줄 것을 당부한 셈이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