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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특별기획 어머니는 힘이 세다]피아니스트 오유진씨-어머니 유계희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12 15:13

수정 2014.11.06 04:33



■“훌륭한 스승은 인생의 불빛”

‘절대 음감’을 지닌 자폐아와 그 스승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실제 모델인 오유진씨(24)의 어머니 유계희씨(52)는 자녀 교육의 비결을 훌륭한 스승을 만난 덕분으로 돌렸다. 유씨의 쌍둥이 아들인 오운진·유진 형제는 자폐와 함께 천부적인 기억력과 예술적 감각을 지닌 일종의 ‘서번트(Savant)’였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더라도 자폐라는 장애를 딛고 큰아들이 취직을 하고 둘째아들이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된 것은 훌륭한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유씨는 단언했다.

오운진·유진 형제는 네 살 때부터 충북 청주 사천동에 있는 특수학교 ‘갈릴리 어린이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미국인이었던 안예도 신부가 운영하던 이곳에서 오씨 형제는 체계적인 특수교육을 1년6개월 동안 받는 행운을 얻었다.



“거의 1대 1 교육이 이뤄지던 갈릴리 어린이집에 계시던 이 프란치스코 수녀님이 어느 날인가 아이들이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잘 치더라고 알려주셨어요. 수녀님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이웃에 살던 할아버지로부터 150만원짜리 피아노를 50만원에 구입했죠.”

유씨 가족은 당시 전세 12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 구입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좋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지출을 결심했다. 하지만 유씨는 아이들에게 큰 기대를 갖고 피아노를 구입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순전히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게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손가락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들었거든요. 피아노를 가르쳐서 대학을 보내겠다는 식의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러던 중 둘째 아들 유진이가 다섯살 때 쯤에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곡 ‘디셈버(December)’를 듣고 와서 그대로 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정식 음악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유진이는 청주 성신학교 초등부 1학년 때 이영임 선생을 만났다. 이 선생은 유진이가 중등부에 올라갈 때까지 수업시간 전후로 피아노를 가르쳤다.

유진이의 실력이 급격히 늘자 이선생은 당시 청주대 음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홍현주 선생을 소개해줬다. 홍선생의 레슨 덕분에 유진이는 결국 대전 배제대 작곡과에 입학하게 됐고 현 지도교수인 채경화 교수를 만나게 됐다.

“지금은 전남 완도에서 중학교 선생으로 계시는 홍현주 선생은 유진이가 농고에 다닐 때까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그리고 대학 입학 후에 만난 채경화 교수는 음악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많은 치료가 됐을 것이라는 배려의 말씀을 해주셨죠.”

부모가 알아차리지 못한 재능을 대신 찾아준 선생들이야말로 아이들의 앞길을 밝혀준 불빛 같은 소중한 존재였다고 유씨는 거듭 강조했다. “한 번 맺은 인연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들 선생들과의 인연이 가장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실제모델
오운진·유진 형제는 아버지 오철균씨와 어머니 유계희씨 사이에서 지난 83년 태어나 세살 때 발달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오씨 형제는 자폐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기억력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일종의 ‘서번트’다. 형 운진씨는 충청전문대 산업정보과를 졸업하고 자신이 다녔던 성신학교에서 통학보조 요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동생 유진씨는 대전 배제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작곡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봉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동생 유진씨는 천부적인 작곡·연주 능력을 선보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사진설명=영화 ‘호로비치를 위하여’ 모델이 된 자폐 피아니스트 오유진씨의 어머니 유계희씨가 지난 88년 50만원을 주고 구입한 피아노 앞에서 아들 어깨를 감싸며 즐거워하고 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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