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007 뺨치는 프로젝트명 ‘대박’쏜다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보르도, 로마, 에베레스트, 스파이더, K2, 다빈치, 캐치미유캔….”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 국내 간판급 전자업체들이 선보여 줄줄이 대박을 터뜨린 전자제품의 ‘프로젝트명’이다. 하나같이 영화 ‘007’에 등장하는 암호명처럼 기상천외하다.

이들 프로젝트명은 제품 기획단계에 붙여진 ‘비공식 명칭’이다. 프로젝트명은 공식 ‘모델명’을 부여받기 전까지 사용되는 ‘예명’으로 보안을 위해 주로 사용된다.

또 내부 직원들이 본래 제품의 컨셉트를 쉽게 이해해 프로젝트의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전자업계에서는 ‘프로젝트명’의 최초 작명이 해당 제품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속설까지 있다.

기발한 프로젝트명이 유독 많은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프로젝트명 중 ‘백미’는 지난 4월 출시해 대박을 터뜨린 액정표시장치(LCD)TV ‘보르도’시리즈다. ‘보르도’는 공식 모델명보다 훨씬 유명해져 마치 브랜드처럼 여길 정도다.

‘보르도’는 본래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지명이다. 삼성전자 LCD TV 상품기획팀 관계자는 “붉은 포도주가 담긴 와인잔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LCD TV를 만들기 위해 ‘보르도’라는 프로젝트명을 사용했다”며 “상품 기획의도와 프로젝트명, 마케팅이 3박자를 이뤄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선보여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한 LCD TV ‘로마’시리즈도 프로젝트명이 브랜드처럼 알려진 사례다. ‘로마’시리즈는 과거 유럽을 제패한 로마제국의 상징인 오각형을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엔 삼성전자가 로마제국처럼 세계 LCD TV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로마’시리즈의 ‘형제’격인 ‘밀라노’시리즈도 LCD TV의 프로젝트명으로 유명세를 탔다.

삼성전자는 컬러 레이저프린터 상품기획에서도 ‘다빈치’라는 프로젝트명을 썼다. 이는 다수의 명화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명품 보고서를 만들 수 있는 프린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멀티미디어기기인 ‘미니켓 포토’에 ‘스파이더’를, 노트북 PC(센스 Q30)에 열대어인 ‘네온테트라’라는 별칭을 각각 사용했다.

LG전자의 히트 제품에도 톡톡 튀는 프로젝트명이 사용됐다.

LG전자의 ‘타임머신TV’는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에베레스트’라는 별칭이 사용됐다. 여기엔 LG전자가 타임머신TV를 에베레스트 산처럼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이에 부응하듯 타임머신TV는 지난 2002년 하반기 출시된 이래 국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시장의 50%를 차지할 만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LG전자의 또다른 대박 제품인 ‘초콜릿폰’도 본래 프로젝트명은 ‘손팔공’이다. ‘손팔공’은 손 안에 들어가는 80㏄(g) 부피의 휴대폰이라는 의미다.

대우일렉의 경우 유럽형 양문형 냉장고를 개발하면서 ‘C600’이라는 프로젝트명을 썼다. ‘C600’은 캐비닛의 ‘C’와 ‘600ℓ’대의 용량을 함축한 명칭이다. 또 미국형 양문형 냉장고에는 ‘K2’라는 이름도 붙였다.

/ [email protected] 양형욱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