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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업종 ‘슬픈 월드컵’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토고의 월드컵 16강 예선전이 열리는 13일. LG필립스LCD는 상장 후 사상 최악의 날을 맞았다. 지난 2004년 7월 증시에 상장된 이래 처음으로 하한가 근처까지 주가가 폭락한 것.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생산을 늘렸지만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하자 전일 실적 전망치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날 LG필립스LCD는 장중 한때 14.85%까지 급락하며 전일보다 13.03% 하락한 2만8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루 시가총액 1조5386억원이 증발됐다.

삼성SDI도 전일보다 7.00% 하락한 6만2400원에 마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월드컵 특수 처음부터 없었다.

대표적 디스플레이 관련주인 LG필립스LCD와 삼성SDI의 급락은 월드컵 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는 2·4분기부터 가동할 7세대를 1·4분기에 앞당겨 가동하는 등 월드컵 특수에 대비했고 삼성SDI 역시 생산라인 증설에 73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4기 라인 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월드컵 특수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초 디스플레이 관련 국내 애널리스트 몇몇이 대만 부품업체를 탐방했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 6월 초에 TV를 내놓기 위해선 4월 부품업체 생산, 5월 세트업체 양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주 증가에 따른 생산량 증가에 쉴새 없이 돌아가야 할 공장이 예상과 달리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인 것.

당시 대만을 방문했던 신영증권 윤혁진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인 대만 부품업체를 보면서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며 “과거에도 스포츠 이벤트가 TV 판매 증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특수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월드컵을 위해 고가의 TV를 살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리라는 분석이다. 또한 일부에선 월드컵을 가정에서가 아니라 맥주집과 길거리 등에서 함께 모여 즐기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구매 욕구가 크게 줄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2·4분기 적자 이어 올 한해 농사도 적자

이처럼 월드컵 특수가 예상에 못 미치자 LG필립스LCD는 전일 2·4분기 면적기준 패널 출하량이 1·4분기 대비 10% 중반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전망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TV부품 출하량은 당초 예상한 ‘50% 성장’의 절반 수준인 ‘25%대 성장’을 내놓았다. 평방미터당 제품 판매가격도 ‘한 자릿수 중·후반대 하락률’에서 ‘10%대 중반의 하락률’로 변경했다.

이에 증권사들도 너나없이 2·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했다. 대부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은 패널가격 및 환율하락에 따른 원가구조 악화와 TV 패널 재고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며 2·4분기 25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적자는 3·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LG필립스LCD의 이번 발표를 바탕으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재조정했다.

올해 LG필립스LCD의 매출액은 당초 9조9400억원에서 9조800억원으로 9% 하향조정했고 순이익은 1861억원 흑자에서 3800억원 적자로 조정했다.

■4·4분기 이후에나 반등 모색할 듯

디스플레이 업황은 적어도 4·4분기를 지나 내년 정도에나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우증권 강윤흠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디스플레이 업황이 좋을 때와 안좋을 때가 분명했다”며 “이에 투자 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지루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가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도 “상반기 제품 가격이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하반기에 어느 정도 실적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같은 예상이 깨진 상황”이라며 “적어도 내년 정도가 돼야 제품 가격도 안정을 찾고 업황도 호전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윤혁진 애널리스트 역시 “재고 증가로 인한 설비투자 축소 논의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물량 부족 현상은 적어도 내년 이후에나 나타날 전망”이라며 “그때까지는 디스플레이주에 대해선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email protected] 전용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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