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특별기획 어머니는 힘이 세다]자폐 피아니스트 오유진씨-어머니 유계희씨

■“언젠가는 될 것이라 믿었다”
자폐를 가진 오운진·유진 쌍둥이 형제(24)를 대학까지 보낸 유계희씨(52)는 대장암 말기의 병마마저 극복해야 했다.
지난 98년 4월18일은 유씨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유씨는 당시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3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말기암 판정에 유씨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혼자 십자가를 짊어지게 한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당시 아이들이 중학생이었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남편에게 모두 맡기고 간다는 것이 너무 슬펐지요.”
자폐 아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몸까지 병들었다는 사실은 유씨에겐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결국 병원조차 포기한 유씨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앙뿐이었다.
“병원 내에 있는 간이 예배당에서 기도했어요. ‘저를 데려가시려면 아이들의 병을 낫게 해주시고 안 그러려면 아이들을 더 보살필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던 것 같아요.”
유씨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음일까. 유씨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난 뒤 8년여의 치료 끝에 올해 2월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인생을 두 번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며 유씨는 해맑게 웃었다.
그러나 사실 죽음의 수렁에서 자신을 건져내준 신앙의 길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쌍둥이 형제 때문이었다.
“지금처럼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싶었던 것이 지난 95년 세례를 받게 된 동기였어요.”
병마에 힘들어 할 때마다 “하느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신 거냐”고 투정을 부리면 오히려 남편(오철균·52)이 그러면 안 된다고 다독이며 신앙의 동반자가 되어줬다. 유씨는 그런 남편이 한없이 고맙다고 했다.
아내가 세례를 받고난 뒤 쌍둥이 형제와 남편도 차례대로 세례를 받았다. 유씨 가족은 모두 충북 청주 모춘동 성바르나바 성당에 다니고 있다.
유씨는 살아가는 모든 것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사고와 신앙생활은 그동안 유씨를 지탱해준 버팀목이 됐다. 유씨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자폐아 쌍둥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나름대로의 인생철학처럼 보였다.
“밖에 나가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집에서 내 아이들만 보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또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하고 아이들도 자폐를 앓고 있지만 마음만은 항상 부자라고 생각해요.”
유씨는 나름대로 평온한 마음을 갖는 비결을 ‘평범한 대화’에서 찾았다. 그는 친구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서 자신만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다닌 성신학교 엄마들, 성당에 다니는 친구들과 수시로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대화를 통해서 괴로움과 슬픔이 희석되는 것 같았거든요.” 주변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대화는 슬픔을 날려버릴 뿐 아니라 삶의 지혜도 얻게해 준다는 것이 유씨의 생각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잘 안되는 일도 많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이런 것들도 생활의 활력소가 됩니다. 그런 일들이 또다른 무엇인가를 이뤄내는 계기가 되잖아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면 설사 아이들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속상해 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죠.”
/ [email protected] 김경수기자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모델인 오유진씨 어머니 유계희씨(가운데)가 청주 수곡동 집에서 쌍둥이 아들 및 손녀 딸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보내고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