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M극장 개관공연에 부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20 15:14

수정 2014.11.06 04:10



지난 10∼11일 포이동 M극장(이사장 이숙재 한양대 교수)에서 개관공연으로 ‘자유의 혼, 타는 불꽃’이란 주제로 인디 댄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30대를 주축으로 한 춤꾼들의 실험성 짙은 작품들이 선보인 열띤 춤의 향연은 춤이 읽혀지고 대중화되고 관객들을 흡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 다섯 편씩 나누어진 작품들은 독립적인 빛깔로 다양한 향을 풍기고 있었다. M극장의 개관 취지에 부합되는 작품들이었다. 10일은 『떨리는 입술』(안무 송주원), 『나, 너 그리고 God』(안무 박미영), 『우울함에 대하여』(안무 최지현), 『나쁜 그리고 비겁한…』(안무 이정화), 『불편한 인생』(이미진)이, 11일은 『비탈노을』(안무 김은희), 『내안에 또 다른 나』(안무 최지연), 『피라칸다(알알이 영근 사랑)』(안무 이명선), 『별』(안무 신종철), 『비탈노을』이 공연되었다.

『떨리는 입술』은 ‘욕망의 모호한 오브제’에 여성적 상상력을 송주원이 추어댄다.
바에 매달린 여인이 서서히 잡힌다. 제목의 입술은 흔히 성적 욕망을 상징하는 메타퍼로서 흔히 사용된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함의로 레드 카핏이 이용된다.

그 모호함은 화살과 눈동자, 귀, 입술, 들리는 소리들이 얼굴 없는 연기자로 등장한다. 진실과 사실 앞에 당당하게 삶을 살아야함을 여인은 강박적으로 몸으로 드러낸다.

무자(舞者)는 기타선율에 맞춰 개화에 앞선 꽃잎의 사연을 풀어낸다. 셔레이드 효과를 염두에 두고 벌이는 그림자 놀이, 허물을 벗듯, 처녀성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듯 천은 나비의 환태를 반복한다. 천은 작의적 유혹을 말하다가 오버랩으로 온몸으로 성숙의 아픔을 표현한다. 포그와 함께 터져나오는 다이어롤그 “날 유혹할 필요는 없어요!”

여섯 개의 구멍에서 흩어져 나오는 사운드와 이미지 조립으로 하나의 음표처럼 고민거리가 있는 여인의 곳곳을 드러낸다. 마침내 유아적 사이코적 몸짓으로 의성어를 남기고 페이드 아웃, 수미쌍관의 묘를 보여준다.

『나, 너 그리고 God』은 중간자(Minigott)로서 인간을 고찰한다. 인간의 심연은 생명과 연결된다. 무의적적 인간의 모습은 마야데렌의 영상처럼 시공을 초월한다. 그러나 그러한 초월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원시와 닿아있다. 요나 콤플렉스를 생각게하는 초음파영상, 지속적 사운드, 탯줄과 천장의 천은 리듬을 탄다. 나, 너 그리고 신은 빠른 박(拍)을 타고, 태초의 생에 대해 토론을 청한다. 몸으로 말하며 또 다른 방의 견해를 전하는 실험적 작품이다. 『우울함에 대하여』는 제목에 밀착되는 현대인의 우울과 고독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우울과 고독은 현대인의 일상병(日常病)이다. 백색 여인은 더 창백하게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 약간의 고전에 대한 미련은 남기면서 세 커플을 위한 랩소디는 급류를 타고 현대 춤의 실험실로 곧장 돌진한다. 느와르와 블랑의 조화는 흑백필름을 연상케한다. 중량감을 느끼면서도 디테일에 충실한 작품이다.

『나쁜 그리고 비겁한…』은 아주 독창적인 춤이다. 동양적 선율에 합일된 꽃을 위한 춤이랄까! 비상을 꿈꾸는 사다리랄까! 흔적은 상흔을 남기는 것일까? 꽃들은 모아지고 ,위치의 가변성과 음악의 변형, 독특함, 열린 영역에서 깊은 호흡으로 다가오는 단편과 실험에 딱 맞는 그런 춤이었다.

『불편한 인생』은 흑과 적, 핑크의 배합인가? 여인들은 생동감 있게 자신을 말해낸다. 어둠과 밝음의 이중주에서 주조되는 사람들, 박(拍)은 떨어짐과 기립, 균형과 하모니는 그림자 놀이 하는 것 같다. 자신을 말하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사람을 자신을 말한다. “너 이제 똑바로 살어!” 거대한 실험위에 떨어지는 페미니즘, 큰 희망, 생동감 있는 삶을 위해 의자도 미학으로 변한다. 후반은 깊은 생각과 꿈들을 위해 분주하였다.

『비탈노을』은 김은희의 원숙함을 실감케 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라마르크의 『개선문』첫 페이지, 첫줄에 나오는 비스듬이 걸어오는 남자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걸까? 작품 속의 그녀는 아직 소녀의 꿈을 간직한 여인이다. 여인은 때론 ‘아메리칸 뷰티’로 때론 릴리적 서정을 가득안고 춤을 춘다.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에서 팜프파탈의 이미지까지를 열연해낸 그녀는 춤 위에 시를 입힌다. 음악은 춤을 고조시키고 배경막에는 로테로제(붉은장미)가 피어난다. 알파베트와 숫자가 장미랑 춤을 춘다. 욕망과 질투가 피어난다. 화몽화몽(花夢畵夢), 백색광위로 떨어지는 조형화된 몸말(舞言語), 남정네는 여인과 몸으로 우주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었다. 긴장시키는 퀵 스톱위로 차가운 응시,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여인은 새처럼 날고 싶다. 동심으로 돌아싶은 마음위로 다시 숫자와 문자가 떨어진다. 순수로 가는 길은 비탈처럼 힘들고 노을이라도 지면 더욱 외롭지 않겠는가? 진실되고 아름다운 사랑을 구가한 영상시였다.

『내안에 또 다른 나』 미햐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생각게 하는 구성, 작은 빛은 포인트가 좌, 우, 중심 그리고 계단으로 까지 이동된다. 두 부인은 자신을 탐방한다. ‘내안에 나’는 가벼운 공과 같이 오히려 코믹하게 다가온다. 발은 백조를 닮아 있다. 관객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또 다른 나…. 죽음의 제의(祭儀)는 심연을 건드린다.

『피라칸다(알알이 영근 사랑)』는 멜로드라마의 기본 공식을 가지고 있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누에 집으로 감싼 그리움 고독을 배운다. 정겨운 톤과 분위기는 행복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운동은 심오하고, 실크 맨과 백색부인은 꿈일지도 모르는 사랑과 결혼의 기쁨을 춤춘다. 피라칸다의 동경은 급정지와 사운드 변화 등으로 안정된 틀 속에 실험을 첨가한다. 하이키 조명과 드럼소리 ‘꽃’ 과 여인을 노래한다.

『별』은 신종철의 파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앙에 원형 조명을 띄어놓고 신종철은 동화를 쓰기 시작한다. 늘 그를 보아온 사람들은 그의 춤(몸짓)이 보여준 솔직 담백함에 익숙해져 있다. 그는 동화적 진실에 접근해 있다. 윤동주의 별 위로 『별』은 쌩떼쥐베리의 상상처럼 별을 대상으로 한 모든 상상의 파노라마를 짠다. 갖고 싶은 별, 되고 싶은 별…. 어떤 별이 되어야 하는가? 13분여에 걸린 작품은 전반에 음악과 볼, 후반부에 허밍은 별에 관한 회상과 소망을 늘어놓는다. 삼각 안에 별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장은 자연을 상징하는 몸으로 되어있다. 각(角), 벽, 그림자 묘사는 사다리를 타면서 끝이 난다. 나신대신 팬티하나로 의상을 대신하는 파격은 신종철의 특징 중 하나이다. 몸 그 자체는 어느 예술보다 뛰어난 예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기도』 죽음과 전쟁의 기억, 지친남자와 모퉁이의 불빛, 삶은 기도라는 묘약이 없이는 버텨낼 수 없는 것일까? 넥타이 하나로 표현되는 절제의 미학위에 울려 퍼지는 “어머니, 여기가 어디에요?” 드럼의 도움을 받는 어머니와 아들, 고뇌 속에서도 신명이 내린다. 희망, 여인은 여인의 길을 간다. 소극장 활성화에 맞는 작품이다.


이번 작업으로 M 극장은 실험 춤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공연장이 절대 부족한 시점에서 관객이나 춤꾼들 모두에게 양질의 작품을 수시로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의 남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혁명적 창작품들이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것을 확신한다.

/장석용(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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