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fn창간 6주년]특별인터뷰-서병문 문화콘텐츠진흥원장에 듣는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58)은 흔히 ‘문화콘텐츠 부국론자’로 통한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10년 후 한국을 ‘먹여 살릴’ 분야는 영화·드라마·대중음악·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 같은 문화콘텐츠산업이 될 것이라고 역설해왔다.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을 제치고 서비스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가 해외시장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분야는 ‘한류 열풍’ 등으로 이미 경쟁력을 검증받은 문화콘텐츠산업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 서 원장의 지론이다. 지난 2001년 정부가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등과 함께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을 ‘국가 6대 핵심 기술’로 지정하면서 발족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서병문 원장을 만났다.

―서 원장이 평소 주창하는 ‘문화콘텐츠 부국론’의 핵심은 무엇인가.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서비스산업이 채워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90년 49.5%에 이르렀던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지난 2003년 57.2%로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서비스산업 중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톱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문화콘텐츠산업이다. 아시아 시장을 넘어 전세계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류 열풍’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하나 문화콘텐츠산업은 고성장 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지난 2000∼2004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4.6%에 그쳤지만 문화콘텐츠산업은 연평균 9.7% 성장했다. 특히 이 기간 우리나라 제조업 고용은 연평균 0.02% 감소했지만 문화콘텐츠산업은 매년 7.86%씩 증가해 전체 고용증가율 2.16%를 크게 앞질렀다.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발전시켜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과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콘텐츠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와 2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리니지’ ‘미르의 전설’ ‘뮤’ 등 국산 온라인 게임이 중국·대만·일본 등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류에 일조하고 있다. 또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800억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불과 4∼5년만에 1조1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KTF, SKT 등 이동통신사들도 전체 매출에서 콘텐츠 관련 비중이 10%대를 넘어 수년 내에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자 전사적인 차원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우수 모바일 콘텐츠를 시상하는 ‘글로벌 모바일 콘텐츠 어워드(GMCA)’를 세계 최초로 실시했다.

▲GMCA는 전세계 우수 모바일 콘텐츠를 발굴·시상함으로써 기업간 교류를 촉진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한국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문자메시지, 벨소리 정도가 모바일 콘텐츠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방송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오프라인이나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야만 즐길 수 있었던 거의 모든 문화콘텐츠를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콘텐츠, 관련 솔루션, 소비자 이용문화 등 모든 면에서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얼마든지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느냐는 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 하면서 그 증거로 한류 열풍을 지적했지만 일부에서는 ‘한류는 끝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중국에서 발행되는 ‘당대가단(當代歌壇)’ 6월호가 집계한 인기 외국 연예인 10명 중 무려 9명이 한국 연예인이다. 6위를 차지한 일본그룹 ‘윈즈’를 제외하면 비, 장나라, 동방신기, 강타, 원빈, 보아 등 한국인 일색이다. 이는 안재욱, 김희선, 신화 등 5∼7명이 톱 10에 포함됐던 2002∼2005년 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지난 97년 TV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내 방영을 기점으로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지금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위한 ‘또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TV드라마·대중음악·영화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이제는 게임·애니메이션·모바일 콘텐츠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대만·일본 등 동북아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남미·중동·미국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협소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것, 즉 수출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의 문화콘텐츠 수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10억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17.35%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는 2010년에는 지난해의 6배 수준인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콘텐츠 수출은 문화상품을 내다파는 것에 머물지 않고 우리문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그에 따른 국가 이미지 제고와 한국상품 구매, 한국 방문(관광)으로 이어져 문화·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산업인 문화콘텐츠 사업이 여전히 중소기업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다소 아쉽다. 우리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힘이 필요하다. 유니버설, 소니픽처스 등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기업은 모두 거대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최근 CJ·오리온그룹에 이어 롯데·태광·대성그룹 등이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또 올 한해 문화콘텐츠 사업에 1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KT나 YBM서울음반 등을 인수한 SKT 등 대형 이동통신사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대기업이 진출하면 ‘파이’(시장)가 커지고 풍부한 자금력과 인력,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 등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저절로 커진다.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인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창의성이 강조되는 문화콘텐츠산업은 결국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사람을 키워야 이 산업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인문학적 소양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인력이 이 분야에 더 진출해야 한다. 경쟁이 극심한 해외시장에서 권리를 획득하고 우리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뛰어난 변호사들도 필요하다. 그래야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향후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문화콘텐츠산업을 차세대 동력산업으로 키워 우리 후배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다. 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류 열풍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문화콘텐츠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지금 더욱 고삐를 죄야 한다. 무엇보다 이 분야에서 뛰고 있는 젊은이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올해 우리 진흥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등안시해온 디자인 산업을 ‘문화콘텐츠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정립해 대한민국이 동북아 디자인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계획이다.

/ [email protected] 정순민기자

■서병문 원장 약력 △1948년 부산 출생 △1967년 경남고 △1973년 부산대 공대 △1973∼8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1983∼93년 삼성물산 이사 △1994∼97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1998∼2000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총괄미디어서비스사업팀장(상무) △2000년 삼성전자 미디어컨텐츠센터장(전무) △2001년∼현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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