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한 재산세 부담이 완화된다.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주택공시가격 인상으로 서민주택까지 재산세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을 감안, 대폭 완화키로 했다”며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재산세 상승률이 전년도 재산세의 5%를 넘지 않도록 하고 공시가격 3억원 초과 6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서는 전년도 재산세의 10%를 넘지 않도록 상승률을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당근책에 대해 정작 호응해야 할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6억원 미만 주택은 재산세 금액이 높지 않은 데다 이번 조치가 재산세 부담 자체를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증가폭을 줄여주겠다는 것이어서 체감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정부가 임의로 선정한 6억원 기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이 때문에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려면 재산세 경감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거래세 인하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또 다른 거래세인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동주택 수혜대상 55.6%
이번 재산세 부담 상한선 조정으로 공동주택의 55.6%가 재산세 부담 경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06년 재산세 전체 과세 대상인 1296만8000건 중 55.6%인 20만9000건이 이번 조치로 재산세가 줄어든다. 이 중 15% 미만 세액 감소가 39.1%인 507만6000건이고 15% 이상 세액이 줄어드는 건수는 213만3000건, 16.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6억원 이하 공동주택이 전체의 98.4%를 차지하는 데도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는 비율이 이보다 적은 것은 올해 재산세가 이번 상한선보다 적게 오르는 공동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이면서 재산세가 5% 이내에서 오르거나 공시가격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이면서 재산세가 10% 이내에서 오르면 이번 조치로 혜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행자부는 조만간 열릴 국회에서 관련세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법 개정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7월 납기가 다가오는 주택분 재산세는 현행대로 과세하되 인하분에 대해서는 9월에 또 한번 내게 될 재산세에서 감액조치해주기로 했다.
행자부는 이번 조치가 6억원 초과 주택과 불형평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6억원 초과 주택은 전체주택의 1.5%인 18만8000호로 세부담을 줄여준다 해도 그 감소분의 대부분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넘어가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부담 상한제 조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감소는 919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행자부는 밝혔다.
■“재산세 인하효과 미미”
전문가들은 이번 재산세 인하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좋으나 그 대상폭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 공시가격이 2억250만원인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세림아파트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2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재산세도 지난해 13만2000원에서 올해는 19만8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완화 조치에 따라 재산세가 13만8000원으로 인하돼 6만원의 부담이 줄어든게 된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4억8600만원인 강서구 등촌동 아이파크아파트는 올해 5억6400만원으로 올라 92만원의 재산세를 내야 하지만 이번 조치로 8만원의 부담을 덜게 된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이미 재산세 탄력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탄력세율이 10% 인하인 성동·광진구나 중랑, 도봉, 은평, 금천, 서대문구 정도만 혜택을 보게 된다.
스피드뱅크 김광석 팀장은 “이미 강남구청 등 지자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 재산세를 50% 인하해 주고 있는데 정부가 이번에 또다시 재산세를 인하한다 해도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바람과는 동떨어져
이번 재산세 인하는 5·31지방선거 이후 여당내에서 제기됐던 ‘부동산정책 수정론’이 일부 반영된 것이지만 시장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웬만한 주택이 6억원을 훌쩍 넘는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은 극소수의 소형주택에만 혜택이 돌아가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재산세를 인하하는 것은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하다”면서 “하지만 세금 경감 폭과 대상이 크게 제한돼 있어 시장을 달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양도세를 인하하지 않는 한 침체된 거래가 되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 선회 가능성을 엿보이면서 ‘심리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이번 조치가 세금부담 경감효과는 미미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심리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폭탄 비난’ 잠재우기 위한 여론 희석용(?)
정부가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숨죽은 매매를 되살리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세율이 낮아진다 해도 세금이 실거래가로 부과되면서 세금부담이 대폭 늘었기 때문. 따라서 높아진 주택가격을 감안, 세율을 적극적으로 낮춰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임달호 사장은 “거래세도 인하폭에 따라 효과가 다르겠지만 많아야 수백만원이 즐어들 것”이라며 “이것으로 수면 깊이 가라앉은 매수세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금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이 많지 않은데 내년부터 2주택자의 양도세가 50%로 중과된다면 아예 매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매물이 귀하면 높은 보유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양도세가 매수자에게 전가되고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는 만큼 양도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현동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폭단’ 정책을 내놨지만 집값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시장의 반감만 샀다”면서 “이를 다소나마 희석시키기 위해 재산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shin@fnnews.com 신홍범 김두일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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