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동네’로 유명한 삼청동이 최근 독특한 패션샵들로 주목받고 있다. 몇개 되지 않던 샵들이 최근 20개 이상 늘었다. 이대나 홍대앞쪽 등 전통적인 강북의 거리패션샵들이 사라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삼청동 거리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청동 매니아라는 김미진(28)씨는 ‘독특함’을 꼽는다. “압구정이나 이대앞에 가면 도매상가에서 떼오는 옷들이 많아 옷들이 비슷비슷한데 삼청동은 다소 고가이긴 하지만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독특한 옷들이 많아 즐겨 찾는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삼청동 패션거리가 주목받자 CJ몰에서는 삼청동의 일부 매장을 온라인에 입점시켜 판매하고 있다. 삼청동 패션스트리트를 기획한 CJ몰 이지혜MD는 “삼청동 샵들은 여성의류와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가 대부분인데 작은 샵들로 이뤄져 분위기도 아늑하고 아이템도 차별화된 것들이 많아 특히 매니아층이 두텁다”고 설명했다.
삼청동 패션샵들은 대개 디자이너 의류와 해외구매 의류로 구성돼 있다. 해외에서 구입한 의류는 대개 주인이 직접 가서 사오기때문에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다.
삼청동 패션거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국제갤러리에서 삼청공원으로 가는 큰 길과 삼청파출소를 끼고 정독도서관 쪽으로 가는 골목길이 그것.
삼청파출소를 끼고 돌면 바로 앞에 보이는 ‘드레스업(dress up at 12)’는 여성의류, 구두, 가방 등을 판매한다. 유럽이나 일본, 홍콩에서 들여온 옷들이 대부분으로 20만원대.
그 옆에 위치한 ‘수담(suedam)’은 액세서리샵. 수입제품과 수제품을 함께 팔고 있다. ‘수담’의 서민경씨는 “삼청동은 이쁜 곳들이 많아 사진을 찍으러 오거나 데이트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의 입소문으로 방문객들도 늘고 샵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근처 갤러리를 다니는 3, 40대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나이대가 어려졌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에서 올라가다 삼청파출소를 지나면 ‘보스코(Bosco)’라는 구두전문샵이 보인다. 이 곳에서는 파리, 뉴욕 등 패션의 중심지에서 유행하는 구두를 직수입해 판매하는 곳. 가격은 30만원대로 다소 높지만 구두매니아들에게는 한번쯤 들러 구두의 유행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곳이다.
‘보스코’ 옆에는 ‘라모베(Lamove)’라는 액세서리 전문점이 있다. 이 샵은 8년 전에 이미 삼청동에 자리잡은 삼청동 터줏대감이다.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액세서리와 수제품을 팔고 있으며 가격대는 4만5000원에서 5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 곳 수제 액세서리는 롯데, 갤러리아 백화점에 납품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라모베’를 나와 조금 더 올라가면 ‘지아夜 갤러리’가 보이고 그 옆에 ‘파르베(Farbe)’라는 샵이 위치하고 있다. ‘파르베’는 독특하다는 삼청동에서도 더 튀는 곳이다. 이 곳은 앤틱샵으로 6, 70년대에 유행한 옷들을 팔고 있다. ‘파르베’는 과거의 옷들을 수집해 파는 곳이기때문에 이 곳에는 각각의 옷들이 한벌 뿐이다. 치수가 맞지 않으면 마음에 들어도 사갈 수 없다.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젊은 시절 유행했던 옷이라며 사러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파르베’를 운영하는 박씨는 “우리 가게 옷들은 과거의 옷들을 어렵게 구한 것이라 한벌밖에 없다”며 “‘앤틱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입던 옷’이라는 생각만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쯤 다니다보면 함께 쇼핑다니던 남자친구가 지루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성의류만 즐비하던 삼청동 패션거리에 2주전 남성의류샵이 생겼다. ‘말배추’라는 독특한 이름의 이 매장은 이미 인터넷남성복샵(www.horsecabbage.com)으로 널리 알려진 이수민, 조형권씨가 오프라인에 진출한 첫 매장. ‘말배추’는 ‘파르베’ 맞은편에서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면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가게를 열려고 홍대나 압구정쪽으로도 가봤지만 삼청동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이 곳에 매장을 내게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말배추’에서는 동대문 옷과 수입의류, 자제 제작한 의류 등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을 만나볼 수 있다.
/ padet80@fnnews.com 박신영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