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기도 소재 모대학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다 실종됐던 신입생 H모군은 실종 이틀만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H군의 사인은 저체온증이었다. 신입생환영회에서 술에 취한 H군이 귀가중 넘어져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 H군은 합격의 기쁨도 뒤로 한채,대학생으로서의 생활도 제대로 못해보고 그렇게 세상을 떴다.
매년 3월이면 전국의 대학은 신입생 환영회로 떠들썩하다. 이와 함께 신입생환영회 자리와 이어지는 봄 단합대회에서의 사건사고도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 공포의 술자리
신입생 환영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술잔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에 있다. 올해 초 일명 ‘사발식’을 경험한 새내기 대학생 김영호군(S대학 경제학과)은 “소주 한병이 사발에 채워지는 동안 두려움과 함께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20명이 넘는 선배의 시선과 환호에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주량과 상관없이 강요되는 술의 양.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 때문에 앰뷸런스 신세를 졌던 이미라씨(D대학 국어국문학과)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술을 소주 반병짜리 사발로 마셨어요. 바로 정신을 잃었고 깨어보니 병원 응급실이었어요”라며 “제 주량을 알았다면 분명 사발주를 거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K대학의 신입생 환영회는 수십명이 모인 자리에서 커다란 대접에 담긴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키는 신고식을 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입생 환영회와 술을 한데 섞어 그럴듯한 전설을 만들어 내고, 호기로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끔 하는 대학은 K대학 뿐만이 아니다. 최근 예전과 같은 대규모의 사발식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과별 사발식이 아닌 동아리별 사발식같은 소규모 사발식은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
■사발식 등 벌주 문화 지양해야
디아지오코리아가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최근 서울시내 주요 대학 신입생 8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음주의식 설문조사에서 2006학년도 대학 신입생들은 한국의 음주 문화 가운데 ‘사발식 등 벌주문화’(51.7%)가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한다고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없어져야 할 음주문화로는 ‘1,2,3차 밤 늦도록 이어지는 술 문화’(28%)를 꼽았다.
한국대학생 알코올 문제 예방협회 김성천 회장(49·중앙대 아동복지학과 교수)은 “매년 벌어지는 대학생 음주 사건·사고는 우리나라 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에 의해 빚어진 ‘예고된 인재(人災)’”라며 “왜곡된 음주문화의 정점에 대학이 있다. 술도 엄연한 문화인 이상 그에 합당한 예절과 금기사항 등을 먼저 알게 해야 한다”며 대학내 건전음주문화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