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도르트문트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변신 중이다. 운하의 발달로 한때 ‘철강의 도시’라 불렸던 도르트문트는 독일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주요 도시 중 하나다. 라인베스트팔렌 공업 지역의 동쪽 끝, 도르트문트-엠스 운하를 따라 해발 고도 80m 지점에 위치한 이 도시는 19세기 말 운하의 완공으로 공업뿐 아니라 상업의 중심지로서 급속히 발전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때 폭탄 투하로 옛 도심의 95%와 거주 지역의 60%가 파괴됐다. 때문에 현재의 도르트문트는 1960년대부터 새롭게 재건된 20세기의 도시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축구’다. 스위스의 간판 축구 스타인 알렉산더 프라이가 뛰고 있으며 1997년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이 도시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살아 있는 역사, 졸페라인 탄광
도르트문트의 여행자는 반드시 과거를 만나야 한다. 다른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과거의 산업 현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이 도시만이 가진 매력이다. 에센시에 위치한 졸페라인 탄광. 노만 포스터가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유명해진 졸페라인 탄광은 균형미와 단순미가 잘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건축물로서 ‘루르의 대성당’이라고 불린다. 또 ‘세계에서 매우 아름다운 탄광’으로 꼽혀 유네스코에서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졸페라인 탄광은 예전의 탄광 관련 시설뿐 아니라 각종 아트스튜디오, 전시공간, 연구소들이 들어서 있다. 시설 안은 그 자체가 탄광박물관이다. 하루에 1만5000톤에서 2만4000톤까지 생산하던 초대형 탄광이었던 졸페라인 탄광은 이미 19세기에 컨베이어 벨트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관람객들에게 과거 영화를 누리던 석탄시대를 보여준다. 쉴새없이 석탄이 쏟아지고 숨가쁘게 오고가던 석탄열차들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시설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특히 각 방과 코너마다 각종 석탄과 운반 관련 기계 설비들이 너무나 잘 보존 돼 있고 광부들이 쓰던 물품들과 도구들도 세심하게 전시돼 있다. 특히 광부들의 낙서나 성모마리아 상과 같이 광부들의 생활과 의식을 보여주는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문화, 예술의 정취에 빠져
성 레이놀드 교회와 성 마리아 교회, 성 베드로 교회는 12∼14세기 유럽 문화 양식을 보여준다. 특히 ‘도르트문트의 금빛 기적’으로 유명한 성 베드로 교회의 제단에는 633개의 도금 조각상이 관광객의 눈을 사로 잡는다. 성 마리아 교회의 제단 역시 고대 독일식 벽화의 걸작이자 독일의 가장 위대한 예술품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다음은 유럽 도시 여행 중 빠지지 않는 박물관 여행. 도르트문트에는 꼭 둘러봐야 할 두 개의 박물관이 있다. 오스트발 박물관은 20세기 이후 조각과 회화, 골동품, 사진 작품 등 근대 고전 양식부터 현대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 2500점이 전시돼 있다.
예술 및 문화 박물관은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인류 최초로 기록된 예술적 시도부터 20세기의 예술을 만나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특히 1923년에 지어진 박물관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이다. 기본형태의 반복, 동심원,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모양이 나타나는 아르데코식으로 건축됐다.
도르트문트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하렌베르그 시티 센터는 수많은 건축상을 수상했다. 70m 높이의 시티 센터는 루르 지방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한다. 중앙역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해마다 피아노 축제와 실내 음악의 밤, 미술 전시회 등 150여 가지의 문화 행사가 여행자를 유혹한다.
/ pride@fnnews.com 이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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