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첫맛에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움. 순백색이 기본이지만 과일이나 초콜릿을 섞으면 핑크빛을 띠기도, 걸쭉한 초콜릿 색깔을 띠기도 한다. 빨갛고 파란, 형형색색의 색깔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바로 아이스크림 이야기다.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은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퉜을 때 아이스크림은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철따라 맛이 다르다. 무더운 여름철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더위를 식혀준다. 더위를 날려버리기 위해 입은 바쁘지만 시원한 맛에 절로 웃음이 난다. 반면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손은 여유롭기 그지없다. 한입한입 음미하다 보면 추운 날씨에도 마음만은 따스해진다.
아이스크림은 그리 비싸지도 않고 집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언제든지 사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이 존재하지만 생각해 보면 기가막힌 발명품임에 틀림없다. 분명 우리들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아이스크림. 최초로 아이스크림을 발명해낸 분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을 지경이다.
■부드러움의 비결은 공기(空氣)
아이스크림의 주원료는 유지방과 생크림이다. 결국 우유가 원료인 셈. 하지만 더욱 중요한 원료는 공기다. 바로 이 공기가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의 비결이다. 아이스크림은 재료를 섞은 뒤 얼리기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리는 도중에도 수시로 공기를 섞어주어야 한다. 유지방과 생크림을 얼리는 과정에서 공기가 혼합되면서 부드러운 감촉을 지니게 된다. 이 과정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기술이다. 특히 아이스크림 전체에 극히 미세한 공기방울들이 고르게 분포되어야만 전체적인 감촉이 부드러워지므로 공기 불어넣기는 공정상 가장 까다로운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가정집에서 제아무리 비싼 고급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만들기가 힘이 드는 것은 바로 공기를 주입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아이스크림 제품은 30∼80% 정도가 공기로 이뤄져 있다. 결국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 뒤에는 공기의 허무함이 숨어있는 것. 아이스크림은 공기 함유량이 높을수록 부드럽고 가벼운 맛을 내며 낮을수록 진하지만 텁텁한 맛을 낸다. 공기함유량이 너무 높거나 낮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깊은 맛을 내는데 아이스크림업체들의 고민이 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가벼운 맛을 내는 기존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20∼40% 정도로 공기 함유량을 낮춰 진한 맛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같은 부피라고 해도 80%가 공기인 제품과 20%가 공기인 제품에는 그만큼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 차이가 난다. 적은 공기를 주입하면서도 부드러우면서 진한 맛을 내는 기술이 바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일반아이스크림을 구분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C 이탈리아에서 프리미엄까지
16세기 이탈리아의 한 요리사는 우유크림과 달걀 노른자를 섞어 계속 저으면서 얼리는 기법을 발명했다. 이것이 근대적인 아이스크림의 시초다. 당시 아이스크림은 현대의 것처럼 부드럽지 않았고 설겅설겅 입자가 씹혔다고 한다. 이는 공기를 불어넣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은 발전을 거듭, 아직도 이탈리아에는 200년을 넘은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이탈리아가 아이스크림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후 기술의 발달로 아이스크림의 맛은 끊임없이 진화됐고 현대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에까지 이르게 된다. 프리미엄아이스크림 시장은 지난해 2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에는 나뚜르, 끌레도르, 하겐다즈 등이 있지만 최고의 프리미엄아이스크림은 단연 배스킨라빈스. 프리미엄아이스크림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배스킨라빈스의 매장(전국 710여개)에는 32가지의 아이스크림 제품이 진열돼 있다. 32가지 제품은 매달 그 종류가 바뀌며 이제껏 국내에 소개된 아이스크림 종류는 400여가지에 이른다. 또한 아이스크림 케익, 아이스크림 퐁듀 등 신메뉴를 개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CJ푸드빌이 미국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인 ‘콜드스톤 크리머리’를 들여와 직영점을 오픈하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출, 앞으로 더욱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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