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와대

노 대통령의 미국실패론 두둔 외교적 파장 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7.25 19:07

수정 2014.11.06 01:55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대북정책에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발언을 두둔함으로써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비판을 당한 여야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미국의 감정적 대응을 충분히 부르는 등 한미간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우선 형식은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가서도 이 장관 처럼 더 소신있고 적극 행동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가 영국의 경우처럼 대등하지 않고 너무 일방적이라는 점을 먼저 이야기했다.

우리 국회에서 국무위원들의 자리는 법정의 피고인자리와 비슷한데 영국은 의원들과 마주보고 앉아 당당하게 토론할 수 있는 형태란 점을 예로 들었다.



노대통령은 이어 이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대북정책을 놓고 의원들로부터 ‘어설픈 자주외교’ 등의 내용으로 추궁당하던 중에 “미국이 제일많이 실패했고 한국은 좀더 작은 실패를 했다”는 내용으로 맞받아친 것을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노 대통령이 “좋은게 좋다는 식이 아닌, 정중하되 당당하게 답변하고 때로는 기지있는 반문을 잘 활용해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대로 국무위원들에게 대국회 답변에서의 적극성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북한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 등이 제재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뜻을 전달하는 한편, 북한에도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이 장관을 통해 간접화법으로 전달하고 자기가 한번 더 의지를 밝히려 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가 즉각 한목소리로 “부적절한 언급”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인 것처럼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 장관의 판단이 옳다고 하더라도 특정국가의 정책에 대해 실패니 성공이니 공개 언급하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 대통령까지 나서 그 말을 두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미사일사태와 이후 대북제재 문제 등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를 심화시켜가고 있는 한국과 미국관계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각료들에게 ‘그러면 북한 목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씀입니까’ 등의 ‘자극적인’ 발언을 동원해 국회에서 의원들의 공세를 받아칠 것을 주문한 것도 논란거리다.

적극 대응을 강조하기 위한 화법일지도 모르지만 각료들이 여기에 맞춰 충성경쟁식 행동을 보인다면 국정난맥과 여론악화를 가중시킬 게 뻔하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면서 “현 상황이 뭔가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라고 말해 메시지 전달에 무게를 뒀다.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