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투자를 활성화 하려면/이상묵 삼성증권 상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02 04:26

수정 2014.11.06 01:44



경제성장을 예측하는 경제학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기업의 투자다. 각종 경제 행위를 계량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빛나는 성과를 보여 온 현대 경제학도 기업의 투자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나 ‘동물적 충동(Animal Spirit)’이라는 비과학적인 개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기업가의 행위는 합리성이나 경제성의 원리와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기업가의 기이한 특성은 자산운용 행태에 가장 잘 나타난다. 현대적인 자산운용 기법의 기본원칙은 분산 투자다.

다양한 종류의 자산에 분산해서 투자해야 위험을 줄이면서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기업가의 행태는 분산 투자의 원리에 정면으로 상충된다.

기업가는 자신의 사업에 전 재산을 털어 넣는다. 가지고 있는 현금을 다 투입할 뿐 아니라 살고 있는 모든 것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린다. 회사의 채무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신의 전 재산과 미래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주식에 올인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면 기업가의 이런 행태는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간이 작은 월급쟁이들로서는 실패하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지 말라는 격언을 금과옥조로 삼는 돈 놀이 전문가들이 보면 너무나 위험하다. 경제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보면 너무나 충동적이어서 동물의 행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우리사회는 이렇게 특이한 ‘종(種)’인 기업가에게 일반인의 잣대로 굴레를 씌우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월급쟁이의 눈으로, 돈 놀이 전문가의 눈으로, 학자의 눈으로 기업가를 재단하고 기업가의 행태를 뜯어 고치려 하고 있다.

월급쟁이 집단인 노조는 근로자 없는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느냐며 기업주에게 대들고 있다. 기업주가 얼마를 빼갔으니 월급쟁이도 그만큼은 빼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가를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로 묘사하며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있다.

돈 놀이 전문가들은 외국에서 주인 없는 기업의 전문경영인을 규율하기 위해 개발된 기업지배구조 이론을 수입해 소액투자자가 기업주와 맞장을 뜨는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분산 투자의 혜택을 누리면서 언제든지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는 소액투자자가 전 재산을 올인하고 있는 기업주의 행동을 감시하고 제약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주든 소액투자자든 주당 1표인 것은 똑같아야 한다며 1주에 1표의 원리에 어긋나는 소유지배구조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

학자들은 합리성과 경제성을 기업가에게 가르치려 한다. 중화학공업 투자가 무모한 과잉중복 투자라고 질타하며 그러한 과잉중복 투자가 외환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남의 돈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기업을 키우고 고용을 늘렸는지 여부가 아니라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하는지, 자신의 부를 얼마나 사회에 기부하는지를 기준으로 기업가를 평가하려 한다. 언론과 정부, 정치인은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기업가를 몰아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보수적 투자 행태는 지난 10년에 걸친 이러한 운동이 성공을 거둔 결과다. 기업가들이 월급쟁이, 돈 놀이 전문가, 학자들을 닮아가는 데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충동에 따라 움직이던 동물이 합리성과 경제성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결과다.

보수적 투자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멸종 위기로 몰리고 있는 기업가란 특이한 종을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월급쟁이, 돈 놀이 전문가, 학자, 언론인, 공무원, 정치인이 자신의 시각으로 기업가를 교정시키려는 주제 넘은 발상부터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