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비정규직 대책 추진이 주춤하고 있다.
우리당이 지난 6월 말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나 정책들이 쏙 들어갔다.
물론 서민경제위원회 주요 과제로 민생경제 쟁점에 대한 대안 제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대책 수립, 정부 및 공공부문의 솔선수범 방안 마련 등이 제시됐지만 무게 중심은 어디까지나 기업 규제완화에 쏠려 있다.
특히 김근태 의장이 이달부터 전경련, 무역센터,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뉴딜 투어’를 통해 재계 인사들의 ‘구애’를 끌어내는 행보를 취하면서 우리당 정책은 ‘친기업’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우리당의 정체성이 의심될 정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올 정도다.
한 당직자는 6일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당의 색깔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김의장은 이미 재계에 출자총액제한 폐지, 경영권 보호장치 강구, 기업인 사면, 각종규제 완화 등의 선물보따리를 약속한 데 이어 기업투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들어줄 태세다.
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늘고 그래야 서민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이 김의장의 논리다. 그렇다보니 기업들이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비정규직 등의 민감한 문제를 꺼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물론 김의장의 ‘뉴딜 투어’에는 노동계와 만나는 것도 계획돼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노동계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대권을 꿈꾸고 있는 김의장으로서는 ‘친기업 인물’이라는 인상을 적극 부각시키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김의장이 “욕먹을 각오했다”고 한 말 속에는 대권 주자로서 정치적 명운을 걸고 던진 승부수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8월 임시국회에서도 비정규직 법안 처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8월 임시국회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3일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도 재산세 및 취득·등록세를 감면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등 감세법안을 우선 처리키로 결정했지만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다. 임시국회 때마다 시급한 민생법안으로 항상 꼽히던 비정규직 법안이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한편 우리당은 8일 당정협의를 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최종안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분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기 등 구체적인 일정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