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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특별기획 어머니는 힘이 세다]‘얼짱’프로골퍼 최나연양-어머니 송정미씨(下)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07 04:27

수정 2014.11.06 01:35



나연은 밖에서 벌어진 일은 집에 들어와 엄마에게 죄다 털어 놓는 성격이다. 자신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엄마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성 교제도 마찬가지. 아직까지 얘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남자친구가 없는 게 분명하다고 어머니 송정미씨는 말한다. “이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 되요”라며 “남자보다는 여자친구와 프로 언니들을 더 좋아하니 그럴 수밖에요”라고 딸의 보이시한 스타일이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있음을 내비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나연이 30세 전 결혼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나연은 평소 “선수생활을 너무 길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결혼해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게 바람”이라는 말을 엄마에게 하곤 했다. 엄마의 생각도 마찬가지. 자신의 제2의 인생 모델인 한희원(29·휠라코리아) 언니처럼 사는 게 꿈이라는 딸의 생각에 전적인 동감이다.

최나연(19·SK텔레콤)이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실력과 외모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스타급에 속하지만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르지 않는 ‘겸손함’과 ‘바른 예의’가 오늘날의 최나연을 있게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와 준 사람들에 대한 도리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끔찍할 정도다. 이에 대해 어머니 송씨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주니어 시절 때부터 지금까지 6∼7년간 연습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경기 용인 한화프라자CC의 임직원 일동, 레슨비 한 푼도 받지 않고 지금껏 나연이를 가르치고 있는 조태운 프로 부자, 그리고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기꺼이 후원을 해주고 있는 SK텔레콤 측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나연이가 이렇듯 경기 외적인 면에서 성숙함을 보이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가 기술적 부분에 치중한 선생님이라면 어머니는 경기 외적인 스승이다. “눈 마주치면 인사해라, 칭찬하면 감사해라, 그리고 겸손해라는 말을 틈만 나면 하지요. 거기다가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라는 말도 잊지 않아요.”

가족간의 대화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말을 따라주는 딸이 마냥 고맙기만 하다고 송정미씨는 말한다. 그리고 송씨는 딸의 행동과 결정에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그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과 남편의 ‘열린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송씨는 귀띔한다.

송정미씨는 딸에게 바람이 하나 더 있다. 기왕 골프를 시작한 이상 누구를 닮는 것보다는 자기 자신의 골프를 만들어 가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골퍼의 골프를 답습하기 보다는 이른바 ‘최나연식 골프’를 딸이 만들었으면 한다. “아직은 멀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송씨에게 걱정이 하나 있다.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성적이 좋지 않게 될 때 행여 딸의 마음이 상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최나연은 올 시즌 KLPGA투어 상반기 5개 대회에서 준우승 두 차례 등 ‘톱10’에 네 차례에 들면서 상금랭킹 3위를 달리고 있다. 기록에서 보듯 최나연의 장점은 기복이 없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차세대 한국여자골프의 대표적 기대주로 전혀 손색이 없다. 따라서 그가 해외 무대를 노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시기와 투어다. 어머니 송씨는 이 또한 전적으로 딸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철저히 준비했다가 나갈 계획”이며 “현재로서는 본인이 일본여자투어(JLPGA) 쪽을 더 원하고 있다”고 전한다.


‘얼짱 골퍼’ 최나연이 “좀 더 기다려달라”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며 세계적 스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