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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큐베이터 아기’엄마젖이 ‘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07 04:27

수정 2014.11.06 01:35



지난해 말 다빈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빠른 7개월 만에 엄마 뱃속을 나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태어났을 당시 몸무게는 930g으로 평균 신생아 몸무게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큐베이터 안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다빈이에게 소아과에서 권유한 것은 바로 모유수유다.

엄마는 다빈이를 위해 자신의 젖을 열심히 짜 나른 결과 8개월이 된 지금 다빈이는 다른 아기들과 다를 바 없는 건강한 아기로 자라고 있다. 흔히 모유수유에 대한 장점을 많이 듣고 있지만 다빈이처럼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에게도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한 엄마들이 많다.

하지만 모유는 다빈이와 같은 미숙아들에게 꼭 필요하다. 미숙아는 면역력이 낮고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이때 영양분이 풍부한 모유를 먹여야 한다.

미숙아에게 모유가 필요한 이유와 미숙아 모유수유 방법에 대해 대한소아과학회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보자.

■인큐베이터 아이도 모유수유 가능

보통 사람들은 미숙아는 아기가 너무 작아서 젖을 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모유만으로는 영양이 부족해 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모유는 정상적인 성장 및 발달을 돕고 감염이나 질병을 예방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기 때문에 미숙아일수록 모유 수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미숙아에서 흔히 일어나는 괴사성 장염은 모유보다 우유를 먹인 아기들에게서 6∼10배까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아기가 직접 입으로 젖을 빨지 못하기 때문에 유축기로 젖을 짜내 튜브를 이용해서 먹이면 된다. 이후 아기 체중이 점차 늘고, 젖을 빨고 삼키는 동작이 가능해지면 젖을 직접 빨 수 있다.

■모유 왜 좋은가

엄마의 젖에는 질소, 단백질, 유당, 나트륨, 염화물, 지방산 등 아기의 성장발달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또 모유에는 소화와 영양분의 섭취를 돕는 효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음식물을 빨리 삼키기 힘들고, 소화효소도 적어 소화를 잘 시키기 못하는 미숙아에게는 최고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숙아의 상태에 따라 모유로도 채우지 못하는 영양소가 있는 경우 소아과 전문의와 조언을 얻어 모유 강화제로 보충하기도 한다.

또 모유에는 성장발달과 인지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두뇌가 급속히 성장하는 어린 시기에는 뇌의 세포가 성숙되고 세포간에 연결이 잘 되어야 머리가 좋아진다.

대한소아과학회 김남수 전문위원은 “모유 속에는 뇌세포를 형성하고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DHA 성분이 풍부하다”며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에 비해 지능지수가 높을 뿐 아니라 시력발달에서도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엄마의 노력이 필수

물론 미숙아의 경우 모유 수유 방법은 일반 수유 방법에 비해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분만 후 1∼2일 안에 소량의 초유가 나오는데, 미숙아를 분만한 산모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유즙분비가 감소되어 젖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영양소와 무엇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게 되므로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까지 유축기로 젖을 짜서 모유를 먹이게 된다. 하지만 유축기로 짤 경우 아기가 직접 젖을 빠는 것보다 자극이 적으므로 젖 량이 쉽게 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젖을 짜는 동안에는 반드시 마사지를 해주어야 한다. 또 유축기로 짜낸 후에도 손으로 젖이 남아 있지 않도록 끝까지 짜주어야 다음에 그만큼의 젖이 다시 생긴다.

태어나서 바로 우유병으로 수유를 하게 되면 엄마의 젖을 기피하는 ‘유두혼동’이 올 수 있다. 인공젖꼭지의 경우 아기가 빨자마자 쉽게 많은 양이 빨리지만, 직접수유는 여러 번 젖을 빨아야 젖이 나오므로 훨씬 힘들기 때문에 아기가 기피하게 된다. 그래서 보통 신생아들에게 인공젖꼭지를 물리지 않는 것이 좋으며 미숙아의 경우도 직접 수유가 어렵더라도 인공젖꼭지 대신 작은 컵이나 주사기, 숟가락 등을 이용하여 젖을 먹이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짠 모유를 냉장 보관할 때에는 48일 이내에 먹이도록 한다. 또 냉동보관을 할 경우에는 3개월까지는 안전하지만, 일단 한번 녹이고 데운 모유는 4시간 이내에 먹이도록 하고 남는 것은 반드시 버린다.


대한소아과학회 신손문 전문위원은 “미숙아를 분만한 엄마의 모유에는 감염방지에 효과적인 면역세포나 면역 글로불린, 라이소자임, 락토페린과 같은 성분이 보통 엄마들의 모유보다 많이 들어있다”면서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를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모유수유다”라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