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상장안이 발표되면서 생명보험사들은 잔뜩 기대감에 들떠있다.
그동안 금융권중 생보사만 유일하게 상장되지 않아 글로벌 시대에 자본규모의 대형화 등이 한계에 봉착돼 있었다. 상장이 되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생보사를 상장시켜 규모를 키워야 한다”면서 “생보사들을 이대로 두면 구멍가게 수준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생보사 상장을 통해 은행업의 대형화와 증권업의 IB(투자은행)화에 걸맞는 입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빅3 상장속도 입장따라 달라
생보사 ‘빅3’중 삼성, 대한생명의 상장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경우 상장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생명은 그룹내 지배구조 문제가 복잡해 2008년 이후에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생보사 상장논란과 관련, 시민단체의 표적이 돼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상장과 관련된 어떠한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민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삼성생명은 상장을 서두르지 않고 다른 생보사들의 상장을 지켜본 뒤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른 생보사에 비해 자본충실도가 높아 증자가 시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상장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얽혀 있는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008년쯤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이다. 삼성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생명 상장시 삼성차 부채처리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상장되면 삼성차 채권단은 대출금을 대신해 받은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에 걸려 삼성생명의 상장이 어려운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삼성은 순환출자구조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진다. 이에따라 회계처리 방식을 기존의 ‘원가법’에서 ‘시가’로 바꿔야 하는데 이럴 경우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생명도 상장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상장에 앞서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주요주주인 에금보험공사와의 ‘국제중재’ 문제를 풀어야 한다. 공적자금 회수방안 마련도 합의가 필요하다. 또 아직 유보율 등 상장을 위한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보율 -12.26%, 누적손 -6417억원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교보생명의 상장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부 유보율 등 상장을 위한 재무요건을 이미 맞추고 있는데다 주요 주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상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상장에 대비, 2004년부터 국내외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수차례 기업설명회(IR)을 개최한 바 있다. 빅3중 상장의 효과를 가장 단기간에 볼수 있는게 교보생명이다.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고 경영권도 안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지금까지 촉각을 곤두세웠던 부분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 및 관리하고 있는 지분 41.5%의 처리 방향이었다. 자산관리공사 보유지분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에 넘어갈 경우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을 통해 지분율이 희석되고 시장에서 매각된다면 오히려 이같은 우려를 덜 수 있다. 자산관리공사도 원칙적으로 시장매각에 반대하지 않음을 밝혔다.
이에따라 교보생명은 현재 HSBC, 푸르덴셜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한 지분 41.26% 중 8.26%,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지분 37.25%, 우호지분 21%에서 일부를 떼어 총지분 10∼15%를 5000억원에 매각하고 3자 배정을 통해 증자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사 상장 추진 ‘착착’
중소형 생보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 보인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유배당 상품에 따른 계약자 배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상장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형사에 비해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내년 하반기까지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규정하는 상장요건을 제대로 갖춘 중소형사는 신한생명 흥국생명 등에 불과하다.
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상 자본잠식을 탈피하더라도 자본금이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자본금 대비 이익유보금 비율을 나타내는 유보율이 25% 이상돼야 한다. 유보율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자금을 사내에 얼마나 쌓아놓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생보사 첫 상장 가능성이 높은 동양생명은 유보율 -20%이고, 누적손이 -392억원에 달한다. 금호생명도 유보율이 -7.7%이고, 누적손이 -630억원이다. 1∼2년 내 상장할 계획인 미래에셋생명은 유보율이 -28%, 누적손이 -500억원에 이른다.
이에따라 상장을 추진중인 중소형사들은 증자 등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내년 중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누적적자 392억원을 연말까지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최근 이사회에서 500억4000만원 규모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으로 경영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발행주식 수 556만주(주당 발행가 9000원)를 보고펀드에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보고펀드에서 50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함으로써 동양생명은 지급여력 비율이 188%에서 227%로 업계 상위 수준으로 높아지고 자기자본은 3682억원, 자본금은 4259억원으로 늘어나 상장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다.
금호생명도 2008년 3월 상장한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이며, 영업실적이 좋을 경우 내년 하반기로 상장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금호생명은 지난해 12월 일반공모를 통해 1020억원의 자본금 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최근까지 영업실적이 호전되어 빠른 속도로 큰 폭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금호생명은 현재 상장 시 걸림돌인 유보율 25%를 충족해야 하나 누적손실이 6월말 -350억원이 남아있고 2006회계년도에는 15.6%, 2007회계년도에는 50.5% 유보율을 달성, 상장기준인 25%를 초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9월 일반공모에 의한 유상증자 시행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에 이미 상장안 마련시 이를 준수하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상장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누적손을 해소하고 조건만 갖추면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태광그룹 계열인 흥국생명은 자금 여력이 있어 상장에 무관심하며 신한생명은 지난해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돼 사실상 상장이 됐다.
동부생명과 LIG생명, 녹십자생명 등 소형사는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요건을 갖추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앞으로 눅눅지 않은 문제도 남아있다. 상장자문위에서 생보사 상장때 현행법상 계약자 몫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생보사들은 공익 차원의 기금 출연을 준비중에 있다. 공익기금 출연수준은 ‘내 부유보액+α’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0년 당시 재무부의 자산재평가처 리지침에 따른 내부유보액은 삼성생명이 878억원, 교보생명이 662억원이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을 제외한 다른 생보사들의 경우에는 내부유보액이 없어 이들에 대한 처리가 생보사 상장을 전후한 사회공익기금 출연여부가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삼성·교보샐명을 제외한 나머지 생보사들은 아예 자산재평가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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