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서평-황금성의 비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10 13:42

수정 2014.11.06 01:22


독도 바다밑 석유를 지켜라

■황금섬의 비밀 1,2(홍윤서 지음/지식더미)

문학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스토리가 어떤 메시지로 읽혀질 가치를 지니게 하는 데에는 이른바 ‘고도로 보호된 협동원리 (hyper-protected cooperative principle)’가 존재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가치 있는’ 것처럼 보일 이야기를 생산하려고 애쓰고, 그 이야기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지니고, 독서의 즐거움을 주거나 무엇인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실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여타 텍스트와 출간된 문학작품을 구분시키는 것은 문학작품이 선택과정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출판사의 선택을 거쳤고, 활자화되었으며, 신간안내 기사와 서평을 통해서 ‘검증’되었으니, 독자들은 그 작품이 잘 짜여져 있고, ‘읽을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책을 선택할 것이다. 이렇듯 작가와 출판사, 언론과 비평가, 출판시장과 독자에 이르는 문학작품의 생산과 소비 행태는 ‘고도로 보호받고’ 있으며, 문학은 제도화된 기호(記號)인 셈이다.

독서의 결과가 ‘가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독자들은 출간된 책을 대하면서 가지고, 독자들 역시 이러한 ‘협동원리’에 암묵적인 참여를 하고 있는 관계로 문학작품 속에 존재하는 불명확성과 불확실성에 대해서 즉각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작품 속의 ‘허구적인’ 이야기가 제공하는 메시지는 어떤 특정의 형식을 지니고 있으며 그러한 형식적 특성을 규정하는 ‘이야기 가능성’은 삶의 양태들과의 상호작용 하에서 그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주지하다시피 상상력에 바탕한 글쓰기로서의 근대 서구의 문학개념은 18세기 후반의 독일 낭만주의자들에게서 유래하고 있고, 문학사에서 보자면 상상력의 극단화를 이룬 예술동화와 여타 ‘환상문학’의 발전을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일견 실제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이는 환상문학은 역설적으로 그 당시 현실의 문제점들을 가장 잘 그려내고 있고,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각인 시킨다. 눈앞에 놓인 현실의 장벽을 넘어서는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하는 의지가 근대 이래로 ‘고도로 보호된 협동원리’로서, 제도로서의 문학영역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독자는 문학작품을 매번 대하면서 눈앞의 현실너머에 감춰진 ‘의미’를 읽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눈앞의 현실, 즉 ‘가상(假想)’의 현실에 감춰진 본질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독자의 바람이 문학이라는 제도를 떠받치는 ‘고도로 보호된 협동원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상 소설’을 표방하며 재출간된 홍윤서의 소설 ‘황금성의 비밀’은 최근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독도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시간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상황에 대한 작가 나름의 현실 인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박한 군사적 지식과 나름의 동북아 및 세계정세에 대한 글로벌한 시각과 일반적이지만 일관된 문제의식, 단선적이나 헐리우드 영화와 같은 꼬리를 무는 사건전개, 더욱이 아마도 우리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유발시킬 수 있을 낙관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홍윤서의 ‘소설’은 문학을 떠받치는 예의 ‘협동원리’에서 많이 빗겨나가 보인다.
이런 연유에서 보자면 문학은 문화의 정보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문화의 소음이기도 하다. 홍윤서의 ‘소설’은 ‘가상’의 현실 데이터들의 중압감에서 ‘이야기’의 법칙과 타협을 거부하고 나름의 선상반란을 꿈꾸고 있어 보인다.
소설속의 광대토대왕함의 함장 박선우의 다음과 같은 유서내용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쳐 가상의 현실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럴지 싶다.

“오랜 번민과 주저 끝에 결심하게 되었소. 혜원에게 미안한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어요. 아마 나는 현실과 맞부딪치지 못하는 비겁한 이기주의자인가 보오. 내 자신의 고민을 못 견뎌 당신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한을 남기게 되었오.” (2권, 359쪽)

/김영룡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