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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정장 수트-비즈니스 세계 공통의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16 04:29

수정 2014.11.06 01:09



21세기 글로벌화 시대를 맞이하여 비즈니스 남성의 활동 범위는 세계로 넓어졌다. 남성복을 대표하는 의복인 정장 수트(suit)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가장 권위적이며 능동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지닌 세계 공통의 의복이라 할 수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정장 수트란 ‘동시에 입기 위한 의복류의 한 벌’ 또는 ‘남성 또는 소년의 완전한 한 벌의 겉옷’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같은 소재의 재킷과 베스트, 바지의 세 가지 아이템이 갖추어진 한 벌의 옷을 정장 수트라 한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정장 수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약 200년 전이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인해, 귀족들의 복식문화가 시민계급의 생활양식에 맞게 변화되면서부터이다. 특히 빅토리아 시대 상류계층의 남성들이 ‘라운지 룸’에서 얘기하는 동안 편하게 입었던 옷인 ‘라운지 수트(lounge suit)’를 그 유래로 본다. 라운지 수트는 장식이 많았던 과거의 남성복보다 시민적이고 현실적인 복장으로, 전원에서의 생활, 낚시, 승마할 때 입는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가진 옷이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라운지 수트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헐렁한 실루엣에서 점차 인체를 고려한 세련된 실루엣으로 변해갔다. 또한 한 종류의 소재를 사용하던 것에서, 상의와 조끼, 바지에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밝은 색상이나 부드러운 트위드나 체크무늬 소재로 만들어진 라운지수트는 점차 직업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공식적인 의상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남성복 변화에 큰 역할을 한 대표적인 사람은 영국의 ‘윈저공’이다. 그의 자유분방한 삶처럼 복장의 세계에서도 까다로운 격식을 파괴하고, 스스로 파격적인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복장의 간략화와 캐쥬얼화를 이루었다. 이후 정장 수트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의 기성복업계 및 영화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전 세계로 보급된다.

현재와 같은 정장 수트의 실루엣이 나오게 된 것을 그 당시 유행했던 사조인 신고전주의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과거 수트의 실루엣은 남성의 짧은 다리와 볼록한 배가 강조된 모습이었는데, 신고전주의는 남성의 골격과 근육을 보여주고, 긴 다리를 가진 인체를 표현하고자 했다. 즉 남성의 자연 그대로의 인체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수트는 최대한 절제되고 단순한 선을 사용했고, 여기에 추상적인 디자인을 더해, 남성의 육체미를 창출해 내고자 했다. 이러한 경향이 200년 동안 이어져 수트는 작은 부분에서의 형태 변화를 제외하고, 거의 변하지 않는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수트의 색상도 수트의 형태가 정립될 무렵 재단사들이 흐릿하게 마무리되는 무색을 선호함에 따라, 저명도의 흐릿한 색상으로 정착됐다. 또한 이들의 자연에 대한 강렬한 취향은 땅, 들, 자연물과의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자연색상을 선호하게 됐고, 검정, 갈색, 담황색, 베이지를 남성복의 상징적인 색상들을 만들어 냈다.


21세기 수트는 세계 어떤 사회에서도 권위와 지위 및 신분의 상징으로 입혀진다. 수트는 이제 일하는 남자의 상징이 됐고, 입는 사람의 이미지와 품위, 신뢰감을 나타낼 수 있다.
수트의 착용법에 따라 착용자는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착용법이 요구된다.

/이윤정 경인교육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