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출범 24년만에 한국 금융산업의 한 축을 지탱하는 최강 금융그룹으로 우뚝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놀랍도록 짧은 기간에 신한은 금융권의 삼성으로 불리울만한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동물적 감각, 위기에서 뭉칠줄 아는 기업문화, 젊은 은행, 투명한 경영 등 신한만의 독특한 문화는 현재의 신한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IMF 외환위기는 준비된 신한은행에게 주어진 ‘선물’과도 같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신한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 작지만 강했던 은행이 한국 2대 금융그룹으로 도약
지난 1982년 여름, 일본이 엔화반출을 엄격히 규제하던 당시 재일동포들은 여행용 가방에 현금을 숨겨 국내로 들여왔다. 신한은행 설립에 필요한 종자돈이었다. 이들이 모은 총 금액은 250억원. 당시 은행 설립에 필요한 최소자본금이었다. 3곳의 지점에 직원은 총 279명으로 초미니은행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출범 20년이 채 안된 지난 2001년 4월, 총수신 규모가 40조원을 돌파했다. 게다가 2003년에는 109년 역사의 ‘최고(最古)은행인 조흥은행에 이어 이번에는 LG카드까지 품에 안았다. 단번에 자산규모가 200조원을 넘는 거대 금융그룹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신한의 성장배경에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철한 서비스정신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신한은행은 출번이후 영업 최우선 정책을 고수했고 이에 따라 은행에 서비스 경쟁문화를 도입했다. 지금은 은행권에 보편화돼 있었지만 당시 은행권에서는 엄청난 변화였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은 일반화된 은행의 무인점포(365일 바로바로 코너)였다. 1993년 10월 전국 20여 지역에 무인점포를 열자 금융소비자들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신한은행은 이 외에도 1991년 PC뱅킹, 1994년 폰뱅킹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1999년에는 국태 최초로 인터넷뱅킹을 도입, 은행업계에 서비스 인식을 도입했다.
또 강한 기업문화, 공정한 인사, 적절히 변화하는 리더십, 투명 경영 등은 오늘의 신한을 키운 성공 비결이 됐다.
■효율적인 운용을 통한 시너지 창출 필요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01년 9월 출범했다. 현재 신한은행과 이번에 인수에 성공한 LG카드를 비롯, 굿모닝신한증권, 신한생명, 신한카드, 제주은행, 신한신용정보,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SH&C 생명보험 등 총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총 자산은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207조원, 자기자본이 11조 9000억원, 고객수는 2165만명이다. 반기 순이익만 1조721억원에 달했다.
자산규모로는 업계 2위지만 LG카드 인수로 신한지주는 국민은행과 국내 금융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합병할 경우 올 상반기 기준 총자산(자회사 불포함)은 286조원, 순이익은 2조5000억원, 신한지주도 LG카드를 합할 경우 자산 219조원에 순이익 1조7000억원으로 어깨를 겨룰만하다.
특히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이 LG카드 인수를 계기로 국민은행의 KB카드를 추월해 1위로 올라선다. 신한카드와 LG카드를 합칠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원수 1586만명, 매출액 79조원으로 회원수가 912만명에 매출 52조원인 KB카드를 단숨에 추월하게 된다. 이제 신한으로서는 덩치를 키울만큼 키운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LG카드 인수를 통해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카드부문에서 얻어진 각종 정보는 금융서비스와 마케팅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카드사업에서 얻어진 정보는 은행 고객 유치나 대출 등에 활용될 수 있으며, 은행의 네트워크를 통해 카드영업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실제로 결실을 맺게 하는 것은 경영진에게 남겨진 몫이다.
신한지주가 LG카드를 2015년까지 세계 5위 카드 사업자로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경영 플랜구축을 이미 마쳤다는 소식은 이러한 관점에서 희망적이다.
/vicman@fnnews.com 박성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