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작은 것에 강하다. 적어도 과학기술에서만큼은 이 명제가 사실에 가깝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별 과학기술수준평가에 의하면 스케일이 큰 우주항공기술은 선진국과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나노기술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한다. ‘10억분의 1m’를 다투는 나노기술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한국 과학기술의 위상을 세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리는 주역이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구 한국국제전시장 킨텍스에서는 제4회 국제나노기술 심포지엄 및 전시회인 ‘나노코리아 2006’이 열렸다.
반도체 뿐 아니라 ‘투명 나노잉크’, ‘테라급 플래쉬메모리 단위소자’ ‘탄소나노튜브 상온 합성기술’ 등은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성과물이다.
■작을 수록 많이 담는다
반도체의 핵심 부분은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 수록 동일한 면적당 고집적화가 가능하므로 메모리 용량은 커지게 된다. 90나노 메모리의 경우 트랜지스터 총 면적이 8100나노제곱을 차지한다면, 45나노는 2025나노제곱에 불과하다. 순수한 이론으로만 따진다면 동일한 면적당 생산성은 4배가 된다는 얘기다. 메모리는 천의 씨줄과 날줄에 비교되는 ‘워드라인’과 ‘비트라인’이 교차하며 격자구조를 이룬다. 90나노, 45나노란 여기서의 워드라인 폭을 말한다. 이 회선폭이 작을수록 두 라인이 교차하는 곳에 생성되는 셀, 즉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이다.
45나노 반도체 공정이 2010년쯤 상용화를 앞둠에 따라 한국의 나노반도체 기술은 현재 1세대 후반에 와 있다고 평가된다. 45나노 이하로는 단순히 회선폭을 줄이는 것이 아닌,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나노구조 혁신이 예상된다. 단순히 작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개발수순이다. 나노반도체 기술이 제3세대로 들어서는 2020년부터는 탄소나노튜브, 분자 트랜지스터 등 나노 반도체 소자의 등장으로 15나노 이하의 반도체 공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투명잉크가 회로를 만든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 상용화되고 있는 나노기술이 큰 것을 나노사이즈로 줄여나가는 하향식 기술이라면, 특별한 화학처리로 없던 나노구조를 만들어내는 상향식 기술도 선보였다.
나노코리아 2006에서 산업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한 잉크테크의 투명잉크가 바로 그런 기술이다.
기존의 나노잉크가 나노사이즈의 은입자 분말을 잉크에 넣어 전도성 잉크를 만든 것이라면, 이 기술은 농도 20%이상의 특수 은 착체 화합물 용액을 만들어 잉크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은 나노입자가 들어있는 불투명한 진갈색의 나노잉크와 달리 은이 완전히 녹아 입자개념이 사라진 이 잉크는 투명하다. 잉크를 종이나 필름지에 잉크젯 프린터로 분사시켜 패턴을 찍어낸 뒤 120도 가량의 열을 가하면 화학반응에 의해 나노크기의 은 입자가 되살아난다.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던 패턴이 진갈색의 회로가 돼 나타난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글씨를 써서 전달하던 비밀편지에서나 보는 일이 첨단 나노기술에서 부활한 셈이다. 수나노 크기의 은입자가 촘촘히 연결된 이 회로는 전기를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잉크테크의 박정빈 팀장은 “나노잉크를 만드는 회사가 세계에서 몇 군데 안 될 뿐 아니라 투명한 은 착체 화합물 잉크를 만들어 열가공을 통해 전도성 잉크를 만드는 기술은 세계 유일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전파식별(RFID), 반도체 뿐 아니라, 항균 섬유와 광택코팅제를 만드는 데도 널리 응용된다.
이 기술을 항균 섬유에 이용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나노기술과 달리 섬유 표면이 아닌 섬유 단면에 수나노 크기의 은입자가 남기 때문에 세탁이나 일상생활의 마찰 등으로 은입자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막아 항균효과를 오래 지속하는 효과가 있다.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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