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편법 경영승계 줄고 ‘떳떳한 증여’ 늘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04 08:09

수정 2014.11.05 13:00

‘떳떳한 증여로 편법 경영승계 논란 일축.’

최근 최대주주의 주식을 2세 경영인에게 증여하는 상장사가 속속 늘고 있다. 엄청난 증여세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증여, 경영권 편법승계에 따른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기업들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대해 칼날을 세우고 있어 합법적인 경영권 승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더불어 최근 증여가 집중되는 것은 주식가격이 그만큼 바닥에 근접했음을 보여준다. 증여세는 증여 전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증시가 바닥일 때 증여하면 그만큼 절세할 수 있다.



■경영권 승계용 증여 속속 등장.

3일 증권정보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세에게 주식을 증여한 기업으로 현대H&S를 비롯해 대원화성, 대한제강, 현대백화점, 조선선재, 동일산업, 동원수산 등이 꼽힌다.

지난달 30일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차남 정교선 상무에게 현대H&S 주식 56만6000주(10.01%)를 증여했다. 이에 정상무는 지분이 11.3%에서 21.3%로 늘어 현대H&S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 정회장은 장남 정지선 부회장에게도 현대백화점 주식 35만주(1.5%)를 증여했다.

대원화성도 지난달 30일 강수창 명예회장이 아들인 강동엽 대표에게 8만주를 증여, 최대주주가 강수창 회장 외 4인에서 강동엽 대표 외 4인으로 변경됐다. 지난달 28일에는 대한제강 오완수 회장이 지분 50만주(10.5%)를 2세 경영인인 오치훈 상무에게 증여, 오상무가 2대주주로 급부상했다.

최근 들어 증여사례가 집중되면서 지난달 증여 공시건수는 올 상반기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늘었다. 이처럼 예전에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들었던 증여 관련 공시가 늘어난 것은 경영권 편법 승계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신세계는 증여·상속세 1조원을 내고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밝혔으며 현대차 역시 경영권 승계 의혹이 제기됐던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연구위원은 “증여가 늘어나는 것은 거래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경영권 편법 승계에 따른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의도”라며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같은 정당한 부의 세습은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여 뒤에는 엄청난 세금

주식 증여라는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뿌듯함 뒤에는 그러나 엄청난 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증여세와 상속세는 공제 관련 부분만 차이를 보일 뿐 세율은 같다.

증여 금액이 1억원 이하면 10%이지만 1억∼5억원이면 기본 1000만원과 1억원 초과분의 20%를 합한 금액을 세금으로 낸다. 가령 3억원일 경우 1000만원과 1억원 초과분 2억원의 20%인 4000만원을 합한 5000만원이 세금이 된다.

5억∼10억원이면 기본 9000만원과 초과분 30%, 10억∼30억원이면 기본 2억4000만원과 초과분 40%, 증여금액이 30억원 초과할 경우 기본 10억4000만원에 30억원 초과분 50%를 더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대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때 내는 20%(발행 1년 내 30%)의 양도세와 비교하면 엄청나다. 세율 차이가 이처럼 크다보니 과거엔 주식을 시장에 팔아 그 금액을 2세에게 넘겨주고 2세가 다시 주식을 사는 편법을 동원한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증여세 관련 세율이 높다보니 증여 시기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증여세는 증여 시점 전후 2개월 간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최근 증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주가 전망을 최대주주 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주식을 집중적으로 증여한다는 것은 주가가 바닥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며 “과거 경영권 승계가 끝나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