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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중은행, 이건 아니잖아


‘시중은행 이건 아니잖아’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질적 내용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민들에 대한 예대마진이 확대된 반면 중산층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금리는 오히려 떨어져 서민상대로 돈을 벌어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자고객에 대한 시중은행 짝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평일에 은행 문 한번 밟기 힘든 서민들을 제쳐주고 수억원씩의 금융자산을 은행에 두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고객을 위한 ‘365일 근무 PB지점’과 ‘풍수지리’까지 봐주는 초특급 PB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최근 5년간 연간 순이익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5배 가까이 늘었고 이자 순이익도 3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예대마진은 외환위기 이전에 0.4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2%포인트 가량으로 확대됐다.

이같은 예대마진 확대는 대부분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서 은행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게 된다. 하지만 은행들의 서민고객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고 오로지 부자고객에 대한 마케팅은 손익에 관계없이 무차별적 인적, 물적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은행권 최초로 주말과 공휴일에도 금융전문가들에게서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365일 열린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이달부터 개시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수억원의 금융자산을 예치한 PB고객으로 한정된다.

기업은행은 30억원 이상의 초우량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부동산, 세무·법률 및 기업재무전략 등 4개 분야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움직이며 PB센터처럼 최상의 통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윈클래스 톱 서비스(WIN CLASS Top Service)를 실시한다. 고객이 방문하면 풍수지리까지 봐준다.


이 외에도 시중은행들은 철마다, 때마다 PB고객들을 위해 콘서트, 클래식 음악회 등에 초청하고 자녀들의 중매까지 앞다퉈 해주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PB고객이 은행 수익 기여도가 높지 않고 교차판매 등을 통한 수익성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실토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이라도 서민 고객들을 위해 지역별로 한 지점이라도 근무연장이나 휴일근무에 나서도록 시중은행에 요구하는 것은 돈없는 고객의 무리한 투정일까?. /vicman@fnnews.com박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