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바빠서 못 먹겠고 죽(粥)은 죽어도 못 먹겠고 술만 수울술 넘어 간다….” 어느 지방의 각설이 타령 중 한 구절이다.
‘술’이란 호칭이 이 타령에서처럼 목구멍으로 술술 잘 넘어가서 생긴 것일까.술의 본래말은 ‘수블,수불’로 전해져 온다.
고려시대의 말을 기록한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는 ‘소자’로 적었고 ‘조선관역어’(朝鮮館譯語)에는 ‘수본’(數本)으로 기술되어있다. 조선 시대의 문헌에는 ‘수울’ 혹은 ‘수을’로 기록되어 있어 이 수블은 ‘수블>수울>수을>술’로 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정확히 술의 역사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지 아무도 알수 없다.
‘과실주’는 과실이나 벌꿀과 같은 당분을 함유해 액체에 공기 중의 효모가 들어가면서 자연적으로 발효해 알코올을 만들었다. 원시시대의 술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모두 그러한 형태의 술이었을 것이다.그러나 가장 최초로 술을 빚은 생명체는 사람이 아닌 원숭이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가 나뭇가지의 갈라진 틈이나 바위의 움푹 패인 곳에 저장해둔 과실이 우연히 발효된 것을 인간이 먹어보고 맛이 좋아 계속 만들어 먹었다.이 술을 일명 원주(猿酒)라고 한다.
청주나 맥주와 같은 곡류 ‘양조주’는 정착농경이 시작되어 녹말을 당화시키는 기법이 개발된 후에야 가능했다. 소주나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가장 후대에 와서 제조된 술이다.
■우리나라 술의 역사
인류가 공존하면서 술은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최근 MBC 역사드라마 ‘주몽’에 등장하는 해모수와 유화의 사랑 이야기는 술과 밀접한 관련히 있다.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지상에 내려와 연못가에 놀고 있는 물의 신 ‘하백’의 세 딸을 만난다. 큰 딸인 유화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이 때 해모수가 권하는 것이 술이다.결국 술에 취한 유화는 수궁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하룻밤 사랑을 나눈 후 훗 날 알을 낳게 된다.그 알에서 태어난 것이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동명성왕)이다.이 처럼 술에 대한 설화나 이야기들은 오늘날까지 다양하게 전해져 오고 있다.
우리 전통 향토주 중에 문헌상으로 가장 오래된 술은 백제때부터 빚은 듯 하다.삼국사기 백제본기를 보면 다안왕(多晏王)11년 추곡의 흉작으로 민가 사양주인 ‘소곡주’를 전면 금지한 바 있고 무왕(武王)37년(635년)에는 왕이 신하들과 더불어 백마강변의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강 위에서 이 술을 마시고 그 흥이 극치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민주로 알려진 소주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우리나라에 증류식(蒸溜式) 소주가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징기스칸이 정복활동을 하든 고려 말로 알려져 있다. 당시 소주는 순수한 곡식으로만 만들어졌 그 맛이 특이하고 독한데다 뒤끝이 깨끗해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값이 비싸 서민들은 감히 마실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러다가 일제시대에 이르러 이루어진 ‘주세법’ 시행은 소주가 서민들의 술로 자리를 잡게 된 계기가 되었다.국내 소주 산업은 1965년 희석식(稀釋式) 소주 시대를 맞이하게 되며 1977년부터 현재까지 각 지방별 제조장을 기준으로 각 도에 1개씩 총 10개의 희석식 소주 업체가 유지되고 있다.
■주식과 종교에 밀접하게 관계해온 술
술은 각 민족들마다 전통적인 주식이 기본적인 원료로 이뤄져 왔다. 술로 만들 수 없는 어패류나 해수(海獸)를 주식으로 하는 에스키모족들은 술이 없었다고 한다.또한 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종교상 금주를 하는 나라의 양조술은 매우 뒤떨어져 있다.음주의 관습도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종교에서는 술을 빚어 마시는 것이 의식(儀式)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도의 베다시대에는 소마(soma)주를 빚어 신에게 바치는 의식이 있었고, 가톨릭에서는 포도주가 예수피의 상징이라 하여 세례에 쓰이고 주교가 미사 중에 마신다.원시인들은 발효를 증식(增殖)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풍요와 연결시켰고,여성의 생식작용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중동지역의 원시종교는 술에다 물을 섞어 신에게 바치는 것을 의식의 중심으로 거행했다. 여기에서 물을 남성으로 상징해 음양화합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농경시대에 들어와 곡물로 만든 술이 탄생하면서 동서양에서 술은 농경신과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술의 원료가 되는 곡물은 그땅의 주식이며 농경에의해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라고 불리는 로마 신화의 주신(酒神) 바커스는 제우스와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그 신앙은 트라키아지방에서 그리스로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 바커스는 대지의 풍작을 관장하는 신으로 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여행하며 각지에포도재배와 양조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구약성서’의 ‘노아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하느님이 노아에게 포도의 재배방법과 포도주의 제조방법을 전수했다고 한다.중국에서는 하(夏)나라의 시조 우왕 때 의적(儀狄)이 처음 곡류로 술을 빚어 왕에게 헌상했다는 전설이 있다.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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