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 집먼지부터 없애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07 08:46

수정 2014.11.05 12:38


가을은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계절이다. 여름동안 잠잠해졌다가 날이 차가워지면서 코 막힘이 더 심해질 뿐만 아니라 코 간지러움, 콧물, 재채기 등이 재발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대부분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레르겐)에 노출되지 않아도 먼지가 많은 곳이나 자극적 냄새를 맡거나 날씨가 차가워지면 증상이 갑자기 나빠진다. 특히 가을에는 건조해진 날씨와 먼지의 증가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집먼지 진드기 등 원인 물질이 증가하기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해진다.

■가을에도 꽃가루 날린다

비염이란 코 속 점막에 염증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비염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경우 자녀들에게 더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보아 일부 유전적 소질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알레르기성 질환이 더 많으므로 만성적으로 코를 포함한 호흡기를 자극하면 코가 너무 민감해져서 발생된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것은 감기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급성으로 비염이 생겼다가 치유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감염이 원인이 아니면서 만성적으로 비염의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알레르겐이라 불리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비염이다. 알레르겐은 집 안과 밖에 모두 존재한다. 알레르기 비염이 나무, 목초, 잡초의 꽃가루에 의해 발병하면 이를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라 한다. 흔히 사람들은 봄철에 날아다니는 흰 솜털 같은 꽃가루에 의해 비염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봄 뿐아니라 가을에도 쑥이나 돼지풀 같은 잡초류의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이런 잡초류는 최근 수십 년 동안 환경 파괴가 심해지면서 늘어났다. 특히 돼지풀은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도시 주변 하천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집먼지진드기, 실내 애완동물의 비듬, 집안의 곰팡이, 바퀴벌레 등 실내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레르겐이다. 우리나라 대다수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집먼지 속에 서식하는 진드기에 대해서 양성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가을에 코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되는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라도 일년 내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집먼지진드기를 조절하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비알레르기 비염은 또한 임신, 갑상선 질환, 일부 약제의 부작용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비알레르기 비염으로 호산구성 비알레르기 비염이 있다. 이 질환은 대기압의 변동이나 기후의 변화와 같은 환경의 변화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먼지를 없애자

비염환자가 있다면 진드기의 서식과 증식을 억제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집먼지를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자주 해줘야 한다. 집 안에 카펫이나 천으로 만든 두툼한 소파 등의 진드기가 살기에 좋은 환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또 집안을 약간 서늘하게 해서 진드기의 번식을 막는 방법도 있다. 귀찮지만 속옷이나 이불 등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삶거나 햇볕에 말려서 진드기를 제거해주고 물걸레질로 청소를 해서 먼지의 절대양을 줄이는 방법도 비염 증상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진드기를 아주 없애기는 힘들다. 진드기는 사람으로부터 떨어지는 각질을 먹고 사는데 하루에 한 사람에게서 떨어지는 양으로 수많은 진드기가 평생동안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드기의 수가 적어지면 알레르기 증상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므로 소홀할 수 없다.

하지만 마른 목초가 알레르겐인 사람이라면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창문을 열어놓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어떤 알레르겐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알레르기 비염 치료의 첫 단계다.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이라면 그 노출 정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동원해야 하며 개, 고양이 등 애완 동물이 원인이라면 동물을 실내에서 없애야 한다.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기에는 외출을 삼가는 등의 생활의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원인 물질에 대한 회피만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모두 치료할 수는 없다.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에 국소적으로 분무하는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충혈완화제 등을 사용해 비염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알레르겐을 이용한 면역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약물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약물의 사용 양을 줄일 수 없을 때 면역치료를 고려한다. 면역치료는 원인 알레르겐을 소량부터 서서히 증량하여 주사하는 것으로 3년에서 5년 동안 치료받게 된다.

코의 해부학적인 구조의 이상에 의해서 만성적인 비염, 부비동염(축농증)이 오는 경우에는 수술 치료를 할 수 있다. 구조성비염은 연중 코막힘이 지속되고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심한 경우다.
또 비용종(코의 물혹)이 비점막에서 자라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도 증상은 연중 지속되며 20대에서 40대 연령에서 많이 발생한다.
비용종은 수술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나 흔히 재발된다는 단점이 있다.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 교수, 한강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용복 교수

/pompom@fnnews.com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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