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영업확대라는 칼을 다시 빼들었다. 특히 금융권 2위가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지주가 아닌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이라고 공식 선언함과 더불어 자산확대와 수익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황 행장이 7일 월례조회를 통해 이같이 밝힘에 따라 두 금융그룹간의 영업대전이 신한은행의 10월 통합전산망 가동,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와 맞물려 다시 한번 치열해 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 명실상부 2위 VS 신한 관심없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금융권 2위가 신한은행이나 신한지주가 아닌 우리은행, 우리금융이다”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최근 LG카드 인수전을 전후해 금융권 2위 쟁탈전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황 행장은 “일부 언론에서 은행권 2위 쟁탈전이라고 하는데 이는 오보”라며 “은행 규모 측정지표가 여·수신 규모인데 8월말 현재 총대출은 91조원, 신한이 85조원, 총예금은 우리가 85조5000억원, 신한이 81조7000억원으로 우리은행이 상당히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주회사 차원에서도 우리는 경남, 광주은행을, 신한이 제주은행을 더하면 은행부분 자산은 20조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신한은 아직 LG카드를 인수하지 않았으며 신한카드와 LG카드 고객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인수를 가정을 해서 숫자를 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주사 차원에서도 현재 우리금융이 자산 218조원으로 신한지주(207조원)를 따돌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이 거듭 밝혔듯이 이제 외형싸움에는 관심없다”며 “향후 진정한 금융지주사로 발전하기 위해 은행에 편중되지 않는 수익구조확보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맞받았다.
■당장 구두끈 고쳐매 VS 10월 이후 보자
황 행장은 직원들에게 상반기 실적에 만족한 채 자산성장과 수익확대에 소홀히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그는 “본부장과 지점장들에게 영업우수자에게만 주어지는 솔개넥타이를 매고 구두끈을 고쳐매라”고 강조했다. 또 현장으로 달려나가 직원들을 독려할 것을 주문했다.
8∼9월 자산성장이 지지부진한데다 오는 10월 신한은행의 전산통합 및 LG카드 인수,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후 영업력 강화를 염두에 둔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황 행장은 “일부에서 금융권 구조조정이 끝난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1등은행을 위한 경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며 앞으로는 규모에 상관없이 효율적인 조직이 비효율적이고 약한 조직을 인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부에서 경쟁때문에 직원들이 피곤하다고 하지만 경쟁은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 질 수록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다시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산업이 발전하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대해 전산통합 이후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모든 역량이 지금은 전산통합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산통합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는 기대 이상일 것”이라며 “10월 이 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간의 불꽃티는 한판 승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이미 칼을 뽑아 들었다면 신한은행은 칼을 갈고 있는 상황으로 비유될 수 있다”며 “외형확대가 우량자산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두 금융그룹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vicman@fnnews.com박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