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취재후기) 경쟁의 이점과 가속도의 원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07 14:00

수정 2014.11.05 12:37

‘학교 근처에 문구점이 하나에서 둘로 늘었다. 두 문구점은 경쟁체제에 들어가면서 주인의 태도는 친철해졌고 물건값은 저렴해졌다. 더불어 물건의 질은 좋아지고 문구점 환경도 깨끗해졌다’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배우는 ‘경쟁’의 이점이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월례조회를 통해 경쟁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영업대전에 지친 직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려고 맘 먹고 나온 듯 했다.



경쟁이 치열해 지면 규모가 커지는 선순환 성장과정이 일어난다는 것이 요지였다. 즉, 은행산업도 경쟁으로 인해 고객에게 싼 수수료, 높은 수신금리 혜택을 주게 된다. 서비스 경쟁, 가격경쟁으로 인해 금융시장은 커지게 되고 생산자인 은행은 비용절감, 신상품개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다시 고객들에게 더 나은 거래조건과 서비스를 제공해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어느때보다 치열한 영업전투에서 승기를 잡고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던 우리은행 직원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언급이었다.

‘일의 진행에 따라 점점 더해지는 속도. 또는 그렇게 변하는 속도’ 국어사전에 나오는 ‘가속도’의 뜻풀이다.

황 행장은 독일 출장시에 아우토반에서 운전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본인은 나름대로 속도를 낸다고 시속 180km로 달리는데 옆 차선에서 포르쉐가 ‘씽’하고 자신의 차량을 추월했다고 한다. 결국 포르쉐는 최소한 180km의 이상 달리고 있던 셈이었다.

지난 7∼8월 자산증대가 지지부진했던 우리은행이 180km로 달리고 있었 차였다면 다른 은행들을 포르쉐라고 지칭하는 듯 했다.

황 행장은 ‘우량자산 증가 및 수익성 제고 노력’에서 속도조절은 가능하지만 결코 멈출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황 행장 뿐 아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연간 순익 목표치인 1조원 달성을 오는 11월까지 맞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하나은행도 LG카드 인수 실패를 자력성장으로 만회하자면 그만큼 힘겨운 타은행과의 성장 속도 경쟁을 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번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 쉽게 멈추기 힘든 것이 세상의 이치다.


현재 국내 시중, 국책은행들은 모두 국내금융시장에서 힘겨운 ‘영역다툼’을 하고 있다. 독일 아우토반(국제금융시장)에서 무제한 속도를 내는 것도 그다지 안전한 일은 아니지만 왕복 4차선도 안되는 구불구불한 시내도로(국내금융시장)에서 서로들 속도경쟁을 하겠다고 하니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자기 자가용(은행)이 잘 나간다고 속도를 내는 것이야 말릴 수 없겠지만 ‘과속경쟁’으로 엉뚱하게 길가에 서있는 시민(금융고객)들이나 운전자(은행장)를 믿고 함께 달리고 있는 동승자(은행직원)들이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vicman@fnnews.com박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