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국내 첨단기업 해외매각 신중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10 14:29

수정 2014.11.05 12:32


비오이하이디스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첨단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을 보유한 하이디스를 인수한 비오이그룹은 추가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첨단기술 이전을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이디스 인수 후 3년간 국내 경영정상화보다는 중국 내 설비 증설에만 열중해온 기업이 ‘목적 달성’이 어려워지자 철수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비오이그룹이 하이디스를 인수할 때부터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태를 우려했다. 인수조건부터 파격적이었다.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으로 1억9000만달러와 운영자금 3000만달러를 받고 1억6000만달러에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3800억원짜리 기업을 절반 값에 사들인 셈이다.

비오이그룹이 중국 내 시설투자에 열중하는 동안 비오이하이디스는 2004년과 2005년 14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적자 규모가 873억원에 달한다. 경영정상화보다는 기술을 포함한 내부 노하우 빼돌리는 데만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국내기업은 껍데기만 남은 꼴이 됐다.

게다가 비오이그룹은 감춰뒀던 인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는 한 추가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오이하이디스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술후발국의 국내 부실기업 인수에 대처할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기업의 사례도 그렇고 대우일렉 인수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인도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도 기업의 경우 대우일렉에 비해 기술력이 한참 낮아 비오이그룹과 같은 전략을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워크아웃 기업의 새 주인을 찾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중국, 인도 등 기술후발국이 오로지 인수전에 나설 때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정상화는 물거품이 되고 기술만 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