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카지노 자본주의의 폐해/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18 16:45

수정 2014.11.05 12:08



생선회집 선전 문구로도 알려졌던 ‘바다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암세포처럼 번지고 있는 ‘카지노 자본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지는 최근 사설에서 도박 산업을 통해 재정 수입을 늘리는 ‘카지노 자본주의’가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사행산업은 지난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제강점기부터 존재했던 경마, 1969년 옛 주택은행에서 발매를 시작한 주택복권의 2종에 불과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 국내 취약 산업 육성, 지방 재정 지원 등을 목적으로 경륜, 경정, 카지노, 새로운 복권들을 위한 관련법이 마련되고 운용 기관이 구성돼 사행 산업의 성장세가 빨라졌다. 특히 최근에는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근거로 사행성 게임장이 무분별하게 허용됨에 따라 국내 사행 산업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사행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단기적으로는 해당 산업에서 투자와 고용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사행 산업으로부터 공공 부문으로 이전되는 자원이 제대로 활용된다면 사양 산업이나 재원 자립도가 낮은 지방 정부 그리고 취약 계층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제 양극화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경우 사회 비용이 경제적 이익을 초과해 사행 산업의 성장은 경제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사행 산업의 확산은 고용을 축소시키고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사행 산업에 대한 투자 증가는 이 부문에 대한 취업을 증가시키는 고용 증대 효과가 있지만 도박 등 사행업에 빠져 일확천금을 꿈꾸며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오히려 고용 인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공인된 사행 산업 시장의 확대는 사회 내 사행 심리를 만연시키기 때문에, 경제 내 음성적 불법 도박 산업을 동시에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탈세 등을 통해 지하 경제 규모를 급증시키는 원천이 되게 마련이다. 불법적이지만 막대한 경제적 이권을 지닌 지하 경제의 확대는 단속 회피와 이권 확보를 위한 업주-공무원간의 뇌물 공여 수수 등의 부정부패를 확산시키는 첩경이 된다. 사행업의 발전에 의한 배금주의 확산, 지하 경제 확대 그리고 부정부패의 만연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가장 심대한 악영향은 근로 의욕과 윤리 의식을 마비시키는 점이다. 건전한 경제 정신의 실종은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행업의 무분별한 발전은 분배 측면에서도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국내외 많은 연구에 따르면 사행 산업의 주된 소비 계층은 저소득층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따라서 업주이외에는 패자만 있는 사행업은, 저소득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어 사회 내 소득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행업의 부작용이 방치되면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증가하게 되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도박이 합법화된 지역에서는 도박 중독자 치료 비용, 사행 기업 관리 감독 비용, 범죄 예방 시스템 구축 비용, 증가한 범죄자에 대한 교정 비용과 같은 사회적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의 기부, 세금 부담 등의 사회적 비용은 단기적 이익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생산적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나치게 빠른 국내 사행 산업의 확산은 단기적이고 물질적인 이익에만 집착하는 데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 정신이 결핍된 천민 자본주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해악만 끼치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사행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 등을 통해 사행 산업을 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사행산업에 대한 통합 감독 기구 설치, 공공 부문이 운영하는 사행 산업에 대한 감독 강화, 민간 부문이 운영하는 사행 산업에 대한 범법 행위 색출 강화 등으로 사행 산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사행 심리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치와 허영을 경계하고 근면과 절약이 덕목이 되는 올바른 ‘경제 정신’을 확립하는 학교 및 사회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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