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칠보 입은 세련된 한국화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19 19:55

수정 2014.11.05 12:02


※사진 : 근원 자연회귀 동판+칠보유·206

※전통에 발목잡힌 한국화 새로운 탈출 시도

※종이대신 동판에 칠보기법입힌 작품 독특

“올 여름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때 저는 900도가 넘는 가마와 싸웠습니다.”

한국화가 우경 이상찬(58·전북대 교수)은 동판에 칠보기법을 결합시킨 신작들을 여름내내 만들어내느라 창작의 고통을 맛보았다.

동판에 유약을 입혀 적정온도에서 녹여내는 칠보기법은 900도가 넘는 가마에 2∼3분정도 ‘넣었다, 꺼냈다’를 계속 반복해 작품을 만든다. 찰나의 순간에 오방색 칠보로 뿌려진 유약의 우연적인 효과는 갈필과 같이 자연스럽게 번지고 흩어지면서 세련된 한국화로 탄생됐다. 돌발상황이 연출한 한국 특유의 ‘무기교의 기교’다.

고통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 한국화의 현대적 변신을 이뤄낸 작품 ‘근원-자연회귀’시리즈가 21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선보인다.
1㎜ 두께의 동판에 오방색의 화려한 색감이 돋보인다. 독특한 재료로 이뤄진 작품은 지난해 전주에서 발표한 후 두번째다.

학창시절 일본에서 채색화를 수학한 그는 90년대 이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채색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91년 색채와 수묵의 조화를 시도한 작품으로 수묵의 요소를 버리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종이대신 동판을 선택해 한국화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게 과연 한국화냐고 반문하지만 형상성을 따지면 그림을 못그립니다. 전통회화를 했다고 지필묵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방식이지요. 먹을 뒤집어써봐도 먹은 먹인 것처럼 한국화는 전통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재료의 문제로 국한해서 보면 발전을 기약할수 없지요. 동판을 재료로 사용한 것은 전통이라는 굴레속에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고자 한 작업입니다.”

“또다른 길을 가본다는 재미”때문에 끊임없는 매체에 대한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도판에 음각 양각이 나타나는 입체작품도 할 것”이라고 말해다.


산수 꽃 십장생 등 강렬한 오방색으로 투박하면서도 힘찬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에 대해 “세련된 일본의 오방색과 달리 색이 설은 그래서 촌스러워 보이는 우리의 오방색이 오히려 아름답다”며 “기운생동한 맛은 운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색채에서도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전시는 10월1일까지. (02)734-0458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