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김모씨는 얼마 전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아 병원을 방문했다. 반나절이 지나도록 소변을 눌 수가 없었다. 요도를 통해 방광에 소변줄을 삽입한 후에야 겨우 오줌을 배출했다. 사실 그는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었다. 밤낮의 기온차가 10도가 넘는 환절기를 맞아 감기에 걸린 게 요폐증상을 일으킨 원인이었다.
■환절기 감기약 조심
연세우노비뇨기과 이홍우 원장은 “김씨의 증상은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소변이 나오는 방광경부와 전립선이 둘러싸고 있는 요도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방광의 배뇨기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며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감기약을 먹을 때 전문의에게 환자임을 알리고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포함되지 않은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나이가 든 전립선비대증환자의 경우 감기나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겨울에는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 좋고, 여행을 할 때는 3∼4시간에 한 번씩은 반드시 휴식을 취하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 또 소변량을 줄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본인이 전립선비대증 환자인줄 모르고 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립선비대증의 경우 60대는 60%, 70대는 80%가 호소할 정도로 나이가 들수록 환자가 늘어난다.
■전립선비대증이란
말그대로 전립선이 커지는 병이다. 하지만 전체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요도 주변의 특정 부위가 커지기 때문에 요도를 눌러서 소변을 보기가 불편해진다.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방광에 영향을 주어 기능이 나빠지게 된다.
문제는 많은 남성들이 40세를 전후해 요도 주변의 전립선 세포가 죽지 않게 되고 이 부위가 서서히 커지는 증상을 겪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은 50대 50%, 60대는 60%, 80대는 100%가 걸리는 흔한 질환이다. 보통 남성이 60대까지 살면 다섯 명중에서 세 명은 전립선비대증이 생긴다. 이중 반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증상은 아주 천천히 시작된다. 만약 갑자기 어디가 아프거나 하면 병원을 찾기가 그만큼 쉽지만 방광의 기능이 조금씩 나빠지기 때문에 심해지기 전에는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전립선에 의해서 요도가 좁아지면 소변 줄기가 힘이 없고 가늘어진다. 소변을 시작하기 어렵고 오랫동안 소변을 보게 된다. 마지막에는 매우 약해서 방울방울 떨어지고 옷이 젖는 경우도 흔하다. 또 소변이 떨어지는 소리도 약해진다.
방광에도 서서히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고무줄처럼 부드럽던 방광이 바람 빠진 축구공처럼 뻣뻣해진다. 이 때문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금방 소변이 마렵게 되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다. 마지막에는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요폐의 상태가 된다. 방광기능과 더불어 신장기능도 나빠지면 얼굴과 손발이 붓고, 쉬 피로해지며, 몸에서 소변냄새가 나기도 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전립선비대증은 방광이나 신장 기능이 나빠지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번 망가진 방광은 치료를 해도 원상대로 복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릉탑비뇨기과 박문수 원장은 “전립선비대증을 진단하는 가장 큰 목적은 다른 질병과 구별하는 것”이라며 “특히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암, 방광암, 요로감염 등과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소변에 문제가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만 전립선암이나 방광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주기적 관찰, 약물치료, 수술 등과 최소침습치료가 있다. 전립선 비대가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가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잔뇨가 많고 심한 경우는 약으로 치료해서는 안된다. 약을 복용하면 소변을 보는 증상이 조금은 편해진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전립선비대증의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
수술 치료는 비대된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다. 배를 열지 않고 내시경을 요도로 삽입하여 비대된 부분을 제거하는 내시경수술이 이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물보다 혈관에서 흡수율이 좋은 KTP레이저를 이용한 수술도 사용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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