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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수소,물로 만든 청정에너지

이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24 18:42

수정 2014.11.05 11:51



가로등을 켜고 자동차를 굴리고 공장을 돌리고 이 모든 인류의 문명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 문명을 세우고 지탱하는 데 든든한 밥줄이 되어 온 화석연료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온 사실이다.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이 주역이 될 세대는 또다른 확고한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나라들이 그 대안으로 수소 에너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한 H2는 공기 중에서 아무런 가공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탄광에서 석탄을 채굴하고 사막에서 석유를 끌어올리듯 자연 속에 존재하는 수소 화합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도 수소를 값싸게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원자력과 물을 이용한 ‘원자력 수소’가 꼽히고 있다. 전 세계가 관련기술을 값싸게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2020년대에 수송부문 에너지의 약 20%를 원자력수소로 대체한다는 목표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경우 연간 석유 8500만배럴(약 4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생긴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원자력수소 개발에 약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원자력으로 수소를 만든다

원자력 수소란 원자력을 이용해 고온의 열을 얻고, 이 고온의 열을 이용하여 물을 직접 분해해 얻은 수소를 말한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원자로가 350도 부근의 열을 내는데 반해 제4세대 원자로라고 불리는 초고온가스로(VHTR)는 950도 가량의 고온의 열을 낸다. 350도 정도의 열로는 물을 끓여 수증기로 바꾸고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지만 950도의 초고온가스로로는 물을 직접 분해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물을 분해하는 방법으로는 첫째, 고온에서 요오드(I2)와 황산(SO4)을 촉매로 물을 분해하는 IS열화학 공정이 있다. (그래픽1 참조)

이 공정은 총 3개의 화학반응이 한 사이클을 이룬다. 모든 화학물질은 재순환돼 오로지 수소와 산소만이 부산물이 되므로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두번째 방법은 고온전기분해법으로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혼합해서 물을 직접 분해하는 것이다.

원자력 수소의 핵심인 초고온가스로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안정성을 높인 차세대 원자로다.

원자력연구소 원자력수소사업추진단 장종화 단장은 “초고온가스로에 쓰이는 핵연료는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녹지않는 세라믹 물질로 삼중으로 감싸져 있고, 크기도 경수로 핵연료보다 훨씬 작아 외부 압력에 견디는 정도가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림 참조)

■왜 원자력 수소인가

에너지 자원이 전무해 에너지 소비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서 원자력과 물만으로 대규모의 경제성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는 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매력적이다. 또한 수소는 기술만 있으면 확보할 수 있는 기술주도형 에너지로 국가 에너지 자립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9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탄산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에너지는 청정에너지로서의 의미도 크다.

무엇보다 변동성이 큰 원유에 비해 원자력수소는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한다. 우라늄 1Kg이면 석유 1만배럴에 해당 되므로 에너지원의 장기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예상되는 수소생산가는 kg당 1800∼2000원으로 탄소세의 부가여부에 따라 배럴 당 40∼50달러 원유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프 참조)

■원자력수소생산 공장의 모습은

원자력수소사업추진단은 2007년 원자력수소생산 공장 건설 착수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초고속원자로는 지금까지 지상에 지어진 원자력발전소와는 달리 지하 20∼30m에 설계된다. 지상에는 IS 열화학 공정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화학공장과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는 수소탱크가 건설된다. 원자로와 수소탱크를 분리하는 이유는 혹시 모를 수소탱크의 폭발이 원자로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 군사적 공격으로부터도 원자로를 더욱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일반 원자로보다 두 배이상 고온의 열을 내는 초고온가스로는 냉각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일단 핵분열로 일어난 열을 950도에서 유지시키기 위해 물 대신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비열이 높은 흑연으로 노심을 둘러싼다. 지하 격납용기 주변으로 찬 공기가 들어가고 굴뚝으로 더운 공기가 나오는 자연냉각 시스템도 설치한다.


예상규모는 열출력 200MW급으로 연간 수소를 2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며 이는 약 8만 대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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