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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경영간섭, 기업 성장 되레毒?

이장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24 20:59

수정 2014.11.05 11:51


‘펀드 자본주의’ 도래와 함께 이른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지향하는 펀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펀드의 과도한 경영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된 원인으로 잘못된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을 지목하고 이를 뜯어 고쳐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 이들 펀드의 존재 방식이다. 그러나 펀드의 과도한 경영간섭이 자칫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또 지배구조 개선 실현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하며 시장 자체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과도한 경영간섭은 경계해야

펀드문화 확산과 함께 최근 경영참여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지배구조개선 펀드들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SH자산운용의 사회책임펀드(SRI)의 경우 수탁고가 1000억원을 넘어섰고 알리안츠자산운용도 1500억원 규모의 사모 및 공모형 펀드를 운용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태광그룹을 첫 지배구조개선의 타깃으로 삼은 ‘장하성펀드’다.


또 우리투자증권이 설정한 마르스 제1호 사모투자전문회사(PEF)는 최근 샘표식품 지분 24.12%(107만2068주)를 확보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활동 참여를 선언했다. 코오롱유화 지분 5.68%를 보유한 호주계 펀드 헌터홀도 최근 투자목적을 경영참여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변경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밖에 국민연금도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운영할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펀드설정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처럼 지배구조개선을 목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한 펀드들이 늘면서 자칫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김범석 사장은 “표면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경영참여를 앞세워 단기차익을 노리는 자본들이 활개를 치고 이에 발맞춰 지배구조 개선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폭등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김사장은 이어 “설사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약점을 수익추구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옳은지도 되새겨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펀드의 경영간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성장과 수익추구에 쏟아야 할 역량을 소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펀드자본주의에 대한 보고서에서 지나친 경영간섭이 기업들로 하여금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등 장기적 안목의 경영보다 단기실적에 집착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금확보나 자사주 매입에 자본을 소진하는 등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날로 확산되는 펀드의 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경제연구소측의 주장이다.

■‘배당이냐 투자냐’ 논의도 활발

한편 펀드가 투자자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에 요구해야 하는 것이 분배인지 아니면 투자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KT&G처럼 펀드의 경영권 압박을 배당 등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으로 무마할 수 있지만 이런 대응이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펀드의 입장에서도 이런 기업의 대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운용 김사장은 “펀드의 의결권 행사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도 수익자의 이익”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단기적인 고배당을 요구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투자와 연구개발을 종용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 볼 문제지만 단기적인 배당은 아니라는 게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김사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배당을 통해 단기적으로 투자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지, 연구개발에 투자해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주주와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도 “펀드가 고배당만을 추구한다면 단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 이는 투자대상인 기업들을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펀드들이 난립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기업들이 쌓여 가는 이익을 투자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면 이를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강제하는 것이 펀드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책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도 최근 미래를 위한 투자에 힘쓰지 않는 기업에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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