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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후분양] 원가공개 압박·고분양가 논란 ‘잠재우기’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25 19:54

수정 2014.11.05 11:48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 은평뉴타운의 분양시기가 결국 1년 가량 늦춰졌다. 서울시는 25일 오세훈 시장이 직접나서 은평 뉴타운 관련 ‘대시민 발표문’을 발표했다. 이번 시의 발표는 은평 뉴타운 분양을 앞두고 벌어진 고분양가 책정→여론 악화→원가 공개→짜맞추기 의혹→세부 원가 공개 요구 등 일련의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후분양제 적용, 왜 나왔나

이번 서울시 발표문의 골자는 은평뉴타운에 후분양제를 적용, 80% 가량의 공정이 끝나는 내년 9∼10월께 분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 시가 공급하는 모든 공공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를 적용하는 한편 ‘아파트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분양가 결정에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달말 입주자모집공고를 하고 분양에 들어가야 할 은평뉴타운이 분양이 임박한 시점에서 ‘후분양제’라는 칼을 빼든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최근 시가 발표한 은평뉴타운 분양가에 대한 원가를 검증키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시는 발표문에서도 “은평뉴타운 분양가격은 사전분양에 따른 금융비용은 물론 대지조성비, 주변 부대시설 건설비 등의 투입비용이 추정치로 산정되고 조성된 용지의 공급가액 또한 예정매매가격을 기초로 작성돼 부정확한 점이 있다”며 “이를 토대로 세부내역을 공개한다고 해도 추정치에 따른 논란을 잠재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시 최창식 행정2부시장도 “(은평뉴타운을)사업초기에 분양하다보니 추정비용이 많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후분양제를 적용하게되면 실제 투입비용의 윤곽이 잡혀 보다 객관적인 분양가 산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업초기라고 해도 분양가 산정의 기초자료인 원가 산출이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자가 원가를 모르고 사업비와 예상이윤 등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했다.

실제로 선분양을 하고 있는 모든 주택사업의 경우 각 지자체에 감리자지정을 위한 서류 제출시 총 사업비 내역을 함께 제시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총 공사비(순공사비+일반관리비+이윤)와 간접비(설계비+감리비+일반분양시설 경비+분담금+보상비+기타 경비), 대지비 등이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또 아파트를 선분양하는 공공택지 역시 주택법에 따라 택지비, 간접공사비, 직접공사비 등 7개 항목을 사전에 공개하고 있다.

이때문에 고분양가 논란에 이어 원가공개 논란까지 아예 뛰어 넘어 후분양제를 도입, 뜨거워진 여론을 한번에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또 이명박 시장때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대표작품인 은평뉴타운 사업이 오세훈 시장에게 넘어오면서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자 오시장이 입지 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마디로 공(功)은 전 시장이, 과(過)는 후임시장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카드로 삼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오시장이 이 문제로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은평뉴타운, 분양가 낮아질까

이번 후분양제 적용으로 분양시기가 당초보다 1년 가량 늦춰질 예정임에 따라 내년 이맘때 선보일 은평뉴타운의 분양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은평뉴타운의 평당 분양가를 34평형 1151만원, 41평형 1391만3000원, 53평형 1500만7000원, 65평형 1523만1000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최창식 행정2부시장은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원가 절감 노력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상업용지 매각 등을 통해 수입을 늘려 분양가를 낮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건축공정이 25% 가량 진행된 사업에서 설계변경 등을 통해 원가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아직 사업초기인 뉴타운내 타 사업지의 용적률을 상향조정한다거나 매각 예정인 상업용지의 가격을 높게 받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분양시기가 1년 정도 지연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금융비용이 평당 15만원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오히려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마저 농후하다.

한편 투명하고 객관적인 분양가 산정을 위해 구성할 예정인 ‘아파트 분양가 심의위원회’ 역시 위원들에게 원가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시가 장기적으로 민간조합방식으로 시행되는 기존 뉴타운사업에 대해서도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분양가 심의’를 거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민간이 사업주체가 될 경우 특별히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이 역시 실효성에서 의문시 된다는 지적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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