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6일 발표한 12개 금융 공기업 감사결과는 금융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이 도를 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기관장은 물론 직원들에게 고액연봉을 주면서도 본연의 임무 달성은 물론이고 핵심기능의 기준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제 기능은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재경부 장관에게 국책은행의 합리적 예산통제방안, 자회사 정리방안,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권고해 재경부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제 기능 못하는 국책 금융기관들
감사결과 국책금융기관들은 본연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의 경우 산업자금공급이라는 설립목적과 달리 운영자금 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대우증권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97년 증권사 고유영역이었던 회사채 인수·투자업무를 인정받아 지난 해 8월 현재 전체 회사채 시장의 41%를 차지하는 등 민간 금융업의 발전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사내복지기금 1인당 출연액은 5261만원으로 시중은행의 5.6배, 다른 국책은행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일관된 기준 설정없이 외환규모 증가에 맞춰 산정기준을 짜맞춰 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적정 외환보유액을 계산해오다가 외환규모가 계속 커지자 2004년 비거주자의 외화예금 유출예상액과 금융기관 해외지점 자금 조달액을 추가했고, 이듬해에는 민간기업 등이 지급해야 하는 3개월분 경상지급액과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 부족액을 더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화자산 위탁운용업체 선정과정에서도 투명성이 없다는 지적도 받았다.
중소기업은행도 중기 대출은 연간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가계 등 일반대출은 계획을 초과해 달성하는 등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중소기업 여신을 취급한 후 예금을 수취해 중소기업에 부담을 초래하는 구태도 적발됐다.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취급한 대출 4680억원을 확인한 결과 대출금 12% 상당액을 정기예금으로 수취한 후 담보로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운전기사 연봉 9100만원, ‘이성 잃은’ 방만경영
고액보수는 압권이었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3개 국책은행의 기관장 평균 연봉은 6억3600만원으로 13개 정부투자기관 기관장 평균보수(1억5700만원)의 4.1배였다. 특히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광주·경남은행과 서울보증보험 기관장 평균 보수는 6억7200만원으로 국책은행 기관장의 연봉을 뛰어 넘었다.
지난 99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기밀비가 폐지되자 이들 금융기관은 2001년까지 기관장 임금을 평균 263% 인상했고 이후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정부투자기관 기관장 인건비 인상률 14.6%를 훨씬 웃도는 36.8%를 또 인상했다.
일반 직원들에게도 고액연봉의 수혜자로 나타났다. 한은 일반직원의 평균연봉은 8218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의 120.1%였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의 평균 급여는 7717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의 112.8%나 됐다.
경비나 운전 등 단순반복업무도 위탁하지 않고 직접 수행하면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이들 4개 기관의 청원경찰(218명) 평균 임금으로 6300만원(최고 연봉 9100만원), 운전기사(88명)에게도 6700만원(최고 9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철 감사원 재정금융3과장은 “예산을 예상치보다 많이 올려놓고 연말에 예산이 남으면 이를 성과급 등으로 지급하는 수법이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감독미흡과 지배구조 취약이 방만경영의 원인
감사원은 국책은행 등의 방만한 경영의 주된 원인으로 감독기관의 감독 미흡과 지배구조의 취약성 등을 꼽았다.
감사원은 우선 97년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정투법) 개정으로 모든 감독기능이 재정경제부로 일원화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산업·수출입·중소기업은행 등의 국책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유일한 감독·통제기구이지만 금통위원 대부분이 경영관리보다는 통화정책과 관련한 전문가여서 경영통제가 미흡, 방만 경영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산은과 기은은 이사회 상임이사를 모두 은행 내부 직원 중에서 선임하도록 정관에 규정, 외부 전문가 영입이 불가능한 등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 확보장치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재경부장관에게 △국책은행의 합리적 예산통제방안 △존치 필요성이 적은 자회사 정리방안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각 금융기관장에게도 과도한 복지후생지원제도 개선과 회계처리 및 계약의 투명성 확보, 경영이 정상화된 워크아웃기업의 조속한 정리 등을 촉구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산은은 현재 그 설립목적과는 다른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기업은행 및 농협과의 합병을 통한 소매금융 전문의 민영화 △수출입은행과의 통합을 통한 국책은행으로의 특화사업 모색 등을 제안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도 “산은이 자체의 생존기반 마련을 위해 영역을 확대하다 보니 민간금융과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산은과 기업은행의 본연의 임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과감히 분리해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