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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주택사업 ‘눈총’] 뉴타운,수익에 급급 주거안정 뒷전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9.27 20:09

수정 2014.11.05 11:40


고분양가 논란과 후분양 후유증이 문제가 되면서 SH공사 등 공공기관의 비대한 기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민간기업과 경쟁하면서 고분양가를 부채질하는 사업을 지속할 게 아니라 원래 설립 취지에 맞게 서민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분양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서울 은평뉴타운 사업 등이 본격화하면서 사업 주체인 대한주택공사, SH공사 등 공공기관의 주택 사업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은평뉴타운이 분양원가를 공개한 후 며칠 만에 후분양제로 선회하면서 SH공사는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SH공사, 신뢰도 치명적 손상

서울시에서 후분양제 실시를 전격 발표하면서 이미 발표된 은평뉴타운 분양가를 전면 백지화했지만 분양원가에 대한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원가공개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는 등 폭로전도 잇따르고 있다.
주승용 열린우리당 의원은 은평뉴타운 지역 토지원가가 평당 183만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감사 자료를 통해 폭로했다. 이는 서울시가 공개한 토지분양원가 636만∼849만원의 3분의 1수준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자체의 다양한 기능 확대로 인해 SH공사 등 지방 개발공사 등이 수익성을 더욱 추구하는 상황으로 변질됐다"면서 "SH공사가 뉴타운 사업을 너무 무리하게 추진해 고분양가 논란이 증폭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원가를 정확히 산출하기는 애초에 힘들기 때문에 논란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SH공사와 서울시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 분양을 준비했던 직장인 김모씨는 "불과 1주일전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더니 갑자기 후분양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니 어느 누가 즉흥적인 계획이 아니라고 생각하겠느냐"며 "SH공사가 과도하게 이익을 챙기려다 꼬리를 내린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따졌다.

■전문가들, "공기능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SH공사에 대해 "공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너무 사업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토지개발과 분양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면 사기업과 무엇이 다르냐"고 꼬집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왜 공사들이 앞다퉈 브랜드를 론칭하고 민간과 경쟁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임대아파트 공급 등을 통한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공기업 본래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소 소장은 "최근 지자체마다 개발공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데 주공이나 SH공사가 분양가로 이익을 남기는 것을 보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더 이상 디벨로퍼 역할을 그만두고 임대주택 관리나 서민용 주택을 짓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SH공사의 방만한 조직·운영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는 "SH공사가 토지개발과 분양과정에서 30∼40%의 이득을 취하려던 것이 들통났다"면서 "개발이익은 철저하고 투명하게 공개돼 장기 임대 사업 등 공공의 이익에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할 총체적 재검토 필요

SH공사가 '서민주거 개선'이라는 애초의 목적에 맞게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공기업 특유의 뻣뻣함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SH공사 홈페이지에는 'SH공사 직원들 예절교육 좀 시킵시다. 너무나 뻣뻣해서…원…아무리 발주처라지만 무슨 상하관계도 아니고'란 글이 올라와 있다.

또 SH공사 감사자료를 보면 민간업체보다 하자 발생률이 5.3배 높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 등 공기업 특유의 사업문제점들이 계속 노출돼 온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상암 5·6·7단지의 경우 상암3단지보다 30% 가까이 높게 분양가를 매겨 청원을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공기업이 대형평형으로 돈을 벌어서 남은 돈으로 임대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데 설득력 없는 논리"라면서 "한쪽에서 고분양가를 조장해 번 돈으로 다른 쪽에서 서민을 위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들은 이미 공기업이 분양한다고 결코 싸지 않다고 알고 있다"면서 "서민을 위한다면 공기업은 뉴타운 분양사업을 줄이거나 일본의 공기업처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는 뉴타운 사업에서 공기업의 역할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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