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4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오로라월드 본사에는 인파가 줄을 이었다. 캐릭터완구 업체 오로라월드가 제공하는 ‘4일 동안의 행복’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행사장 안은 마치 ‘꿈동산’ 같았다. 큰 행사장 어디나 갖가지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아이들은 인형을 끌어안고 저마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은 오로라월드가 4일 동안 모든 제품을 20∼90%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고객사랑대잔치가 막 시작된 현장이었다. 3층 행사장에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1층까지 이어질 만큼 호응도가 높았다.
딸과 함께 온 한 주부는 “그동안 예뻐서 구경만 했던 이 캐릭터 인형들이 전부 해외 제품인 줄 알았다”면서 “국내 브랜드라고 하니 자랑스럽고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오로라월드는 브랜드경영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기업이다. 25돌을 맞으며 ‘브랜드 전도사’로 우뚝 선 오로라월드를 찾아가 봤다.
■유럽에서 명품이 된 우리 브랜드
“어, 이거 한국거였어?” 오로라월드 인형을 보는 고객들의 첫 반응이다. 그동안 눈길이 가게 귀여운 캐릭터 인형들을 지나쳐 보면서 의레 수입제품이거니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오로라월드는 이처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다. 제품의 95%를 수출하고 있으며 선진시장에서 수출액 85% 이상을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이제 미국시장에서 오로라는 네 번째로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모든 브랜드를 제치고 브랜드 인지도 1위에 올라섰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생산법인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미국, 영국, 홍콩의 판매법인과 주요 시장을 통해 해외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오로라가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를 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가 설립되던 85년 당시 주문생산 방식으로 봉제인형을 만들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성껏 생산한 인형들이 모두 다른 브랜드를 달고 팔려 나갔고 오로라는 얼굴 없는 기업으로 해외 기업들의 주문에 의존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80년대 후반 인건비가 급등하며 완구산업은 경쟁력을 잃어 버렸다.
그래서 오로라는 과감히 주문생산방식을 버렸다. 그리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무작정 미국으로 나갔다. 미국 전역에서 개최되는 50여 회의 모든 전시회에 매년 빠짐없이 참가하고 현지에서 유능한 세일즈 전문가를 찾아 그들에게 현지시장 마케팅을 위임하는 등 자체 브랜드로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그렇게 전세계 완구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오로라는 다시 유럽의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97년 영국에 판매법인을, 98년에는 독일에 판매법인 설립했으며 영국의 유명 명품백화점인 ‘헤롯’에도 입점하며 당당히 명품 인형의 반열에 올라섰다.
■제품과 함께 브랜드를 파는 기업
오로라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실에 앉아 단순히 인형만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체 리서치센터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수출하는 나라의 문화와 고객들의 감성까지 모두 파악해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이 안고 만지는 인형의 촉감을 위해 소재 선택에도 오랜 시간을 쏟고 캐릭터마다 특별한 스토리를 담아낸다.
인형은 무엇보다 제품이 예쁜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마지막 제작 까지 철저히 지켜본다. 그리고 매년 몇 번씩 해외시장으로 직접 나가 현지의 디자이너들과 회의를 통해 각국의 트렌드를 읽는다. 디자이너가 이렇듯 시장 조사에서부터 생산·공급까지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오로라는 ‘디자이너 사관학교’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디자이너를 적극 키워 내는 것은 오로라가 철저히 브랜드경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함께 판다는 전략이다.
지난 99년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해 매년 5000여종의 캐릭터완구를 개발하고 이중 엄선된 1000여종의 캐릭터를 신제품으로 선보인다. 또 전 세계 8곳의 해외 주요 시장에도 리서치센터를 운영해 현지 시장을 철저히 파악한다.
매년 6번 각국의 현지법인 디자이너와 마케팅 책임자가 함께 모여 글로벌 상품개발전략 회의를 실시한다. 여기서 새로 개발된 제품에 대해 오랜 회의를 거쳐 새로운 컨셉트와 디자인으로 채택된 제품이 매년 전세계 전시회를 통하여 바이어와 고객에게 소개된다.
현재 오로라는 오로라 클래식, 오로라 베이비 등 가격대별, 고객층별로 다양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캐릭터별로 머피, 위시윙 등 다양한 개별브랜드도 계속 개발해 내며 매번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오로라는 기프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재도약에 나섰다.
봉제 인형을 떠나 캐릭터를 활용한 액자, 시계와 같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2008년에는 이 기프트 사업에서만 3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오로라월드 홍기우 대표이사는 “회사의 신념이 ‘Gifts of smiles’인 만큼 앞으로 다가올 25년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참신한 브랜드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국내 마케팅도 강화해 국내 고객에게 좋은 선물을 많이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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