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아파트 동호회 “집단 대출 할테니 기부금 내라”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2 18:01

수정 2014.11.05 11:31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의 주민자치회인 동호회들이 시중 은행의 출혈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

동호회는 각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모인 자율적인 조직으로 최근에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위한 담합 등 본래 취지에서 변질된 행태를 많이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신규 아파트 동호회의 경우 집단 대출 은행을 선정하는데 있어 금리 인하는 물론 수수료 면제, 동호회에 기부금 제공 등의 무리한 요구까지 하고 있어 은행들이울상이다.

신규 입주아파트의 경우 동호회에서 은행별로 담당자를 불러 제공할 수 있는 금리 조건과 서비스 등을 물어본 후 경쟁 입찰을 통해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은행을 선택한다. 동호회는 은행간의 경쟁 구조를 교묘히 이용, ‘A은행은 금리를 얼마까지 내려주더라, B은행은 노인정에 뭘 기증한다더라’ 식으로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경기 용인 동백지구의 경우 집단 대출 금리는 CD+0.2% 수준이다.
주택공사가 대출 은행을 4개로 지정하고 은행별로 같은 금리를 유지토록 한 판교의 경우 CD+0.3% 수준임을 감안하면 동호회의 힘이 0.1%포인트의 금리를 내린 셈이다. 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CD+1.0∼2.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턱도 없이 낮은 금리다.

동백지구의 한 시중 은행 지점장은 “입주 아파트에 들어오는 지점들은 모두 신설이다 보니 고객 확보 차원에서 동호회의 요구를 안 받아들일 수가 없다”면서 “동호회가 점점 영악해지면서 요구사항이 늘어나 이제는 은행의 수익성이 약해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동호회의 요구 사항이 늘어나 이제는 압력단체 수준으로까지 확대되자 시중 은행들은 최근 대출 은행을 선정한 경기 화성 동탄지구의 한 아파트 입주 동호회에 집단 대출 은행을 3개로 늘려줄 것을 부탁했다. 은행별로 대출 금액이 줄어들더라도 출혈 경쟁은 막아보자는 의도였는데 동호회 측은 이를 거부하고 1개 은행을 최종 선택했다.


최종 선정된 은행의 대출 금리는 CD+0.2%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경쟁 은행들은 CD+0.1%의 금리거나 혹은 다른 부가 서비스를 대폭 제공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경쟁 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도 CD+0.2%를 제시했는데 다른 은행이 선정된 걸 보면 그 은행은 금리를 대폭 낮춰서 CD금리 수준으로 제공했거나 혹은 동호회가 요청했던 각종 기물 증정 등을 수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 은행의 주택대출 담당 임원도 “동호회라는 것이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가입 주민이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데 여론 몰이를 통해 은행을 상대로 줄타기를 하며 이익을 뽑아내고 있다”면서 “동호회가 요구하는 것을 다 해줄 만큼 비용도 많지 않고수익도 떨어져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불만을 토했다.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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