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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수출 ‘업체·업종별 양극화’…지속성장 걸림돌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2 19:41

수정 2014.11.05 11:31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등 각종 경제지표들의 부진 속에서도 수출이 ‘나홀로’ 질주를 계속하고 있지만 역시 양극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어 대책마련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 9월 299억3000만달러로 300억달러에 겨우 7000만달러가 모자라는 월간 최고기록을 세웠고 내년에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잘 나가는 품목과 그렇지 못한 품목 간의 희비 등수출에 나타나는 양극화는 지금과 같은 고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호·육성 위주의 경쟁제한적인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산업별 수출경쟁력에 따라 ‘맞춤형 지원정책’으로 바꿔 미국·일본 등 선진국처럼 중소기업의 질적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출도 ‘양극화’ 심화 우려

2일 산자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0일(잠정집계)까지 반도체(16.3%)와 선박(18.4%), 석유제품(49.7%) 등 기존 ‘효자’ 품목들은 평균 수출증가율(14.8%)을 웃도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컴퓨터(-11%)와 컴퓨터부품(-19.8%), 섬유(-5.3%), 신발(-3%), 완구·인형(-28.4%) 등 과거 ‘수출주력부대’였던 품목들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또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실적이 있는 업체가 2만320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86개사 줄었다.
그 중에서도 수출 100만달러 미만 업체가 1만7826개로 전년 동기 대비 1537개나 감소해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섬유와 생활용품 등의 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경공업 분야의 타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수출이 부진한 품목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수출품목에서는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40원대까지 떨어졌고 원·엔 환율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을 나타내더니 급기야 80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이들은 그마나 사정이 낫다. 경북 구미국가공단 내 한 전자부품업체 관계자는 "주거래처인 삼성전자의 수출 증가로 납품 물량이 상반기에 비해 크게 늘었다"면서 "납품 기일을 맞추려면 추석 연휴에도 계속해 공장을 가동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기 안산반월공단 내 완구업체는 죽을 맛이다. 20년 가까이 완구사업을 해왔지만 환율 하락으로 중국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이겨낼 자신이 없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잘 나갈 때 빨리 전자부품이나 다른 돈 되는 사업으로 옮겨탈 걸'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이제는 자금이나 모든 것이 부족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나도성 산자부 무역투자진흥관은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품목별 양극화 해소 문제가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정부정책의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경쟁력 있는 품목 발굴해야

그러나 정부가 당장 획기적인 처방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처럼 자금지원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양극화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KIET) 연구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은 수출을 하고 싶어도 경쟁력을 갖춘 수출 품목이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자금이나 인력·연구개발(R&D) 등 모든 면에서 역량이 부족한 탓에 당분간 대·중소기업의 수출 양극화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숨통’을 터주고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이 악화된 저부가가치 품목군을 미래유망 품목군으로 대체하기 위한 기술 및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환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정부가 단기적으로 금융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이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연구위원은 또 “품목별로도 경공업 제품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정보기술(IT)과 중공업만 수출 호조가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어서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들이 수출경쟁력 높은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가 구조적 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본부장은 “정부의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이 단지 구호로만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경쟁력 있는 품목)를 낼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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