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기업요구 외면한 상법개정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4 13:48

수정 2014.11.05 11:29



법무부가 전문경영인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집행임원제도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잘못을 따질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응할 수 있는 포이즌필(독약처방)이나 황금주는 철저히 외면됐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경제계가 우려했던 그대로다. 그동안 여러차례 요구했던 내용들은 묵살됐고 시민단체의 주장들만 대폭 수용됐다.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런 규제들은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우선 가장 우려스러운 게 이중대표소송제다.
모회사 소수주주가 비상장자회사를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로 인해 소송 남발은 불가피해졌고 회사 부담은 급증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재벌총수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등기임원이 아닌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임원에게 책임을 물리는 집행임원제도도 도입했다. 이는 오너의 지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재계가 그렇게 반대해온 개념 자체도 모호한 ‘자기거래 사전승인’ 제도가 도입됐다. 이중대표소송제는 선진국들이 도입하려다 부작용이 많아 도입을 꺼린 것이고 ‘자기거래 사전승인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하루하루 외국자본의 M&A에 대응하느라 피가 마를 지경이다. 그런데도 지배구조 개선 명분을 내세워 유독 오너의 경영 책임에 무게를 둔 것은 오너의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나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뿐이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성장동력은 기업의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말만 앞세울 뿐이지 규제를 더욱 강화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건설에 역행하고 있다.
기업환경 개선이나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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